[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내부통제위 설치 눈앞인데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전무①4대 금융 역량평가표 살펴보니…경영·금융 전문가 강세, 준법 특화 사외이사 '0명'
최필우 기자공개 2025-03-04 12:29:39
[편집자주]
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재편에 한창이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의 대체자를 구하는 것은 물론 추가 충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에 요구되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고려한 집합성·정합성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 당국과 고객 눈높이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주요 금융지주의 전반적인 이사회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사별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1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이사회 내부통제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지만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컴플라이언스(준법) 전문가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 선임 근거가 되는 '역량 평가표(Board Skill Matrix)'에 컴플라이언스 항목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차원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4대 금융 사외이사 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문성은 경영과 금융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통제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률,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 전문가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기능을 보강하려면 역량 평가표 개선과 집합적 정합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성 분포 '경영 42%·금융 36%'…'준법' 분류 전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금융) 이사회에는 총 32명의 사외이사가 등재돼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각각 9명, KB금융과 우리금융이 7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에는 역량 평가표가 바탕이 됐다. 각사 지배구조연차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경영 △금융 △경제 △회계 △재무 △법률 △ESG △소비자보호 △글로벌 △IT 등으로 전문성을 분류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천하면서 주요 분야별 전문성을 두루 갖추는 차원이다.

사별 사외이사 역량 평가표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4대 금융 사외이사 중 경영 분야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각 이사회가 경영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한 사외이사는 14명이다. 전체 사외이사 32명 중 42% 비중을 차지한다. 하나금융이 6명의 경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숫자가 가장 많았다.
금융 전문가가 경영 전문가의 뒤를 이었다. 4대 금융의 금융 전문 사외이사는 12명이다. 32명 중 3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사외이사 7명 중 5명을 금융 전문가로 선임해 숫자와 비중이 가장 높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금융사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내부통제 전문가는 4대 금융 이사회에 포함되지 않았다. 역량 평가표를 구성할 때 컴플라이언스 전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4대 금융 중 컴플라이언스 또는 준법 전문성을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분류한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4대 금융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내부통제위 설치가 예정돼 있다. 다만 기존 사외이사 만으로는 관련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통제위는 대표이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경영진 감시와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다.

◇법률 15%·소비자보호 9% 그쳐…집합적 정합성 보완 필요
이같은 이사회 구성은 성과주의를 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은행권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한 원인으로 성과를 우선하고 내부통제를 등한시하는 경영 방침이 꼽힌다. 이에 이사회의 내부통제 기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사외이사들도 실적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외이사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다. 법률 전문 사외이사는 5명으로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분류된 사외이사는 3명으로 9%다. 우리금융에는 법률,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분류된 사외이사가 전무한 상태다.
역량 평가표를 보완해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높여야 내부통제위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을 정립하면서 글로벌 금융사 사례를 참고한 역량 평가표 예시를 공개했다. 글로벌 금융사의 경우 준법은 물론 내부통제 시스템 근간이 되는 인사관리, 지배구조 등의 역량 평가를 별도로 수행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 사외이사 후보풀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후보군 전문성을 세분화하는 건 더 어려운 작업"이라며 "내부통제위원회가 설치되는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NPL 플레이어 경쟁지도]하나F&I, RWA 관리 기조… '올인' 후 숨고르기
- [캐피탈업계 신경쟁 체제]포트폴리오 변화로 양극화 심화…생존 전략 찾는 중소형사
- [농협금융은 지금]중앙회 지원금 확대…계속되는 자본 유출 논란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기타비상무이사·사내이사' 활용법 변화 조짐
- [은행권 신지형도]건전성 일제히 뒷걸음질, 지방은행은 '심각'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내부통제위 설치 눈앞인데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전무
- KCU 대부, 신협 조합 1.2조 부실채권 정리 '목표'
- 김문석 대표, 연임 '유력'…SBI저축 장수 CEO 계보 잇나
-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연속배당 중단 아쉬워...올해도 어렵다"
- [대체거래소 시대 개막]독점 체제 깨졌다…도입 시기엔 '아쉬움'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기타비상무이사·사내이사' 활용법 변화 조짐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내부통제위 설치 눈앞인데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전무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사외이사 1명당 위원회 4곳 담당, 내부통제위 실효성은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JB금융, 김기홍 회장 임기 중 'PBR 1배' 달성 자신감
- [우리금융 내부통제 리뉴얼]이사회도 '내부통제' 키워드로 새판 짠다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JB금융, 자사주 정책으로 '주가 고공행진' 이어갈까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DGB금융, CET1 개선 'RWA 리밸런싱'에 달렸다
- [우리금융 내부통제 리뉴얼]부실 원인 지목된 '성과·온정주의' 수술대 올린다
- [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DGB금융, 실적 부진에도 '600억 소각' 결의 배경은
- [우리금융 내부통제 리뉴얼]금융권 최초 '윤리문화진단' 어떻게 탄생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