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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논란]일반주주 이익 편취, 그 논란의 역사①현행법 해석 상 주주 이익은 보호 대상 미포함…개정 통해 보호장치 마련

이돈섭 기자공개 2025-03-04 08:10:22

[편집자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할 수 있을까. 22대 국회에서는 현재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시장에서는 현행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이사회 활동에 상당한 변화가 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theBoard는 이번 상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 찬반 논거를 각각 살펴보고 향후 기업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15시1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국회의원이 같은 당 의원 17명과 함께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이달 27일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 대통령 재가와 공포 등 절차를 거쳐 본격 시행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0석으로,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상태다.

상법 개정안을 놓고 각 측의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야당과 금융투자업계 측에서는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여당과 재계 쪽에서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시행을 저지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해당 법안을 둘러싼 혼선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그간 기업의 분할과 합병, 자본거래 과정에서 일반주주 이익이 편취된 사건이 수도 없이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같은 기업의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활동의 결과로 오너십을 가진 주주가 일반주주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개정안 취지는 이사로 하여금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추구해야 할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주주 보호 장치를 만든다는 데 있다.

2006년 대법원은 피고인이 법정관리 중이었던 기업을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일어난 자산 양도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사의 보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정 사건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전 에버랜드) 합병 이슈 등을 거치면서는 최대주주의 일반주주 이익 편취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지=국회 홈페이지]
2020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지난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 같은 해 고려아연 유상증자 추진 과정 등 기업 분할과 합병, 자본거래 과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일반주주 이익을 편취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너 일가가 승계 등을 고려해 주가를 억누르는 듯한 모습이 관찰되는 점도 주주 간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도마에 오른 건 법원의 해석이다. 법원은 회사와 주주는 법인격이 다르므로 회사를 기준으로 이사의 임무 위배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이어왔다. 특정인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했지만, 증자대금을 바로 빼내 주금이 납입된 것처럼 가장해 결과적으로 대규모 무상증자가 이뤄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낸 사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회사법상 보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단은 이사가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식 투자자 수가 급증하고 일반주주 이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고려토록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호응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8개 경제단체가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면서 정부 추진력이 소실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주와 이사 간에는 법적 위임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으로 이를 의제하는 것은 현행법 체계에 반할 뿐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명시하는 것은 기존 민·형사 판례를 흔들어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게 주요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해당 논의를 이어 그해 말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다시 촉발했다. 민주당은 과거 21대 국회에서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 종합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이사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재정의될 것"이라면서 "개정 법안이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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