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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oard interview]"기업 사고패턴에 자극"…고려아연 사외이사에 도전한 까닭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WCD 네트워크 통한 역량 강화 중점"

이돈섭 기자공개 2025-03-04 08:08:5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4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다미 명지대 교수(사진)의 사외이사 이력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 교수는 오랜기간 쌓아 온 회계 전문성을 내세워 한세실업을 시작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지금은 유니드와 고려아연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는 국내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이루기 위한 분수령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 이사 최대 네트워크 조직 세계여성이사협회(이하 WCD Korea, Women Corporate Directors)에서도 중책을 맡아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명지대 경영대학장실에서 만난 정 교수는 "사외이사의 역할은 자기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진과 오너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기업 전체 사고패턴에 자극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외이사 핵심 역량은 '전문성'…"고려아연 이슈는 분수령적 사건"

현재 명지대 경영대학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 교수는 사외이사 커리어를 꾸준하게 쌓아왔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한세실업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했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로 활약했다. 지난해 유니드 이사회의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최근 고려아연 사외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 출신인 그는 경영과 회계, ESG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정 교수가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역량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전문성'이다. 그는 "사외이사의 역할 중 하나는 오너와 경영진에 외부 전문가 시각에서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사고 패턴을 바꿀 수 있게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라면서 "기업 외부 전문가(사외이사)가 이사회 안에서 자기 의견을 자신 있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풍부하고 여러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기업에 정 교수의 족적은 뚜렷하다. 한세실업 이사회 재직 시절 당시 한세실업은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직원을 국내에서 재교육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회계 전공을 살려 이사회 차원의 조언을 하는 데 주력했다. 한세실업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도 의견을 보태면서 사내 디자이너들 사기를 고취하는 데도 기여했다.
정다미 명지대 교수(경영대학장)는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외부 전문가 시각에서 경영진과 오너에 질문을 던져 그 사고 패턴을 바꿀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배경은 정 교수 기부로 설립된 명지대 '정다미 학장 기념 강의실' [사진=이돈섭 기자]
한국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로 재직했을 때는 리스크관리위원장과 ESG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하며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조망했다. 유니드 이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감사위원회와 각종 소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MBK파트너스 등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거버넌스 변화 한복판에 서 있는 기업에서 도전적 역할을 맡고 싶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지분의 일부를 갖고 있는 오너가 자기 지분만으로 경영을 전부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우리나라 기업의 전형적 거버넌스 이슈가 발생한다"면서 "고려아연 오너와 경영진으로 하여금 이사회뿐 아니라 일반주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점은 이번 적대적 M&A 시도가 가져온 변화"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고려아연 사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도 분수령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만큼 정 교수는 해당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최소화했다.

◇ WCD에서 역량 강화 주력…"여성이사 실력 증명할 때"

풍부한 사외이사 이력은 국내 최대 여성 이사 네트워크 조직인 WCD 활동으로 이어진다. 2016년 세계 74번째 지부로 설립된 WCD 초창기 시절부터 참여한 그는 2023년 권선주 4대 회장(전 기업은행장, 현 KB금융 이사회 의장) 체제 출범 뒤 전략·커뮤니케이션 분과장을 맡아 협회와 회원 역량 강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WCD는 올 6월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차기 리더십을 선출하는데 향후 역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기용토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초창기 WCD 회원은 40여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60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내·외이사뿐 아니라 기업 오너가 일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할 때 WCD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데서 WCD 영향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정 교수는 "초창기에는 여성의 사외이사 기용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 참여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전문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이 정말 뛰어나기 때문에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에서 단순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에 요구되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WCD는 현재 KPMG 측과 협력해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예정된 주제만 국제정치부터 기업 ESG이슈, 우주산업 등 다채롭다. 다양한 기업의 전문가를 초빙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WCD 회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 교수는 "사외이사들이 자기 전문 분야에 기반해 이사회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을 만들고 나아가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거버넌스는 기업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장 배당 성향을 높이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기업 밸류업 정책 기본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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