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메리츠, 부동산 담보 매각 현실성 있나회생 중 신탁권자 담보권 행사 가능, 업황 악화·사회적 파장 등 허들 높아
감병근 기자공개 2025-03-07 07:39:4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14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는 채권 규모를 크게 웃도는 부동산 담보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마트 매장의 특수성,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하면 실제 담보권 행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회생 계획에 협조하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지원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화재, 캐피탈 등 메리츠 계열사는 홈플러스에 약 1조2000억원을 대출해줬다. 작년 5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이 주선사로 나서면서 보유하게 된 채권이다.
메리츠는 이 채권의 담보로 홈플러스가 보유 중인 매장을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부동산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메리츠는 신탁계약 1순위 수익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안정성이 높은 담보 구조를 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탁재산은 위탁기업의 소유가 아니다. 따라서 금융채무가 동결되는 회생 절차 중에도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담보신탁권자인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이 가능하다.
삼일PwC가 조사위원으로 홈플러스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해당 신탁계약의 담보 가치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 가치가 메리츠가 보유한 채권의 약 4배 규모에 이르는 셈이다.
기업 회생 절차에서 일반적으로 법원은 조사 과정에서 기업 운영 필수 자산의 담보신탁권자에게 공매를 통한 담보권 실행 여부를 문의한다. 기업 운영 필수 자산이 처분되면 회생 계획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메리츠는 기업 회생에 협조하지 않고 홈플러스 매장 매각으로 담보권을 우선 실행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메리츠가 이 같은 선택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메리츠가 담보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업 회생을 통해 채무를 유예하지 못한 홈플러스는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홈플러스 매장을 운영할 주체가 사라진다는 뜻이 된다.
그동안 홈플러스 매장 매각은 홈플러스가 임차인으로 다시 들어가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파산한 상태에서는 이 같은 구조의 매각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불황을 고려하면 다른 마트업체가 원매자로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몸집을 줄이는 중이라 홈플러스 매장 운영을 전제로 인수에 참여할 곳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리테일 부동산 자산의 경우 최근 거래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장 매각이 추진된다면 매장을 철거한 뒤 대지만 거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에는 건물 가치 제외 및 철거비 반영 등으로 실제 매각가가 담보 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주상복합 개발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대지만 매각하는 것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매장이 철거되면 대규모 고용 감소도 불가피하다. 이는 노조 측 반발과 함께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이 경우에는 금융당국이 매장 매각에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메리츠도 우선 담보권 실행 대신 회생 계획에 동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 입장에서도 회생을 통해 홈플러스를 정상화 시키는 게 여러모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홈플러스가 아직 영업력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도 메리츠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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