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1.8조 적자 불구 현금흐름 챙긴 롯데케미칼, 재무 전략 '성과'영업현금 1.5조 유입, 매입채무 확대로 '임시방편' 적중
박기수 기자공개 2025-03-13 08:10:52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9시0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2조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이 오히려 1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효과와 더불어 매입채무를 극대화하면서 현금흐름 개선에 총력을 다 한 것으로 보인다. 1조9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을 올해 목표로 세운 만큼 비교적 '단기책'이라고 평가받는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올해에도 현금흐름 개선에 나설 지 관심이 모인다.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1조542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영업현금흐름은 7895억원으로 1년 만에 약 1.95배 증가했다. 작년 영업현금흐름은 석유화학 불황이 오기 전인 2021년 영업현금흐름(1조4862억원)보다도 많다.
손익의 경우 불황의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다. 작년 롯데케미칼의 연결 영업손실은 8941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1조8256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한다.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금흐름이 손익 대비 좋아보이는 이유는 우선 고정비 효과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매년 1조원 안팎의 감가상각비를 인식한다. 2022년과 2023년 유·무형·사용권자산의 감가상각비는 각각 9479억원, 1조172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3분기 누적 감가비로 9578억원이 탔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약 1조2901억원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가상각비는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이지만 손익계산서 상 엄연한 '비용'이기 때문에 영업손익과 순손익에 영향을 준다. 즉 현금흐름 상에는 실제 나가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플러스(+) 효과가 있다.
고정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작년에는 고정비 효과 외 전략적으로 현금흐름을 마련한 정황이 포착된다. 운전자본 조절을 통해 1조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마련한 것이다.
작년 롯데케미칼은 운전자본 조절을 통해 1조292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발생시켰다. 매년 운전자본 조절을 통해 수천억원의 현금 유·출입이 발생하지만, 1조원 이상의 현금흐름이 운전자본으로만 조달됐던 것은 이례적이다. 불황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재무 전략 조정을 통해 충격을 완화한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매입채무를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 이후 롯데케미칼은 9개월 만에 매입채무 증가로 9984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를 봤다. 이외에도 매출채권 현금화로 996억원의 현금을 유입시켰다. 즉 영업활동에서 받아야 할 돈은 빨리 받고 지급해야 할 돈은 최대한 납부일을 늦춘 셈이다. 거래가 이뤄지면서 손익에는 반영됐지만 현금 유출은 없었던 매입채무들이 현금흐름상에는 플러스(+)가 된 셈이다.
어차피 지급해야 하는 영업부채이기 때문에 '단기책'으로 평가받지만 작년 매입채무 덕분에 FCF는 이전 대비 대폭 개선됐다. 작년 롯데케미칼의 연결 FCF는 -7126억원으로 2022년(-2조7675억원), 2023년(-2조8562억원)보다 2조원 이상 개선됐다.

잉여현금 개선은 곧 순차입 감소로 이어졌다. 작년 롯데케미칼의 순차입은 1293억원으로 2023년 3조5114억원 대비 대폭 감소했다. 영업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한 덕분에 자본적지출(CAPEX) 등 현금 유출 대응에 필요한 새로운 차입의 필요성이 2023년보다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올해 신규 투자 조정과 경상투자 감축, 운전자본 관리 등을 통해 1조9000억원의 FCF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운전자본 조절은 차입금 관련 지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당사의 전략이었다"면서 "운전자본 조절은 FCF 개선 활동의 세부 액션 내용 중 하나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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