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지형도]빛났던 신한은행, 리딩뱅크 수성 전략은⑧경영 효율성 강점에 '외형 확대'까지 더해져…올해 전략 방향 큰 틀에서 유지
조은아 기자공개 2025-03-14 12:53:01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9시1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1년을 보냈다. 무려 6년 만에 순이익 1위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대출자산 확대로 이자이익이 늘었고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해외 사업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크게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수장도 그대로인 만큼 올해 신한은행의 전략 방향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공격적 영업 확대를 통해 대출자산을 늘리고,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먼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사업 역시 주력 국가를 중심으로 기존과 같은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행 대비 낮은 CIR, 경영 효율성 업계 최고 수준
대부분 은행들이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몇 년 사이 모두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온전히 순이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각 은행별 편차가 컸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영업력은 압도적 1위지만 고질적 고비용 구조 탓에 경영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예전부터 높은 경영 효율성을 자랑해왔다.
과거 신한은행은 국민은행 대비 열위인 자산 규모를 만회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판매관리비를 줄여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충당금을 적게 쌓는 전략을 통해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신한은행의 이런 전략이 한계에 부딪쳤다. 하나은행이 신한은행만큼 영업이익경비율(CIR)을 낮추면서다. 실제 신한은행의 CIR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2020년 하나은행에 역전을 허용했다.
여기에 최근 2~3년 사이 하나은행이 영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결국 신한은행 순이익도 따라잡았다. CIR이란 금융회사의 총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 지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경영 효율성이 높을수록 CIR이 낮아진다.

신한은행 역시 전략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딩뱅크 경쟁은커녕 그간 한수 아래로 여겨왔던 하나은행에도 밀리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해법은 영업에서 찾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영업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 영업그룹과 개인부문, 기업부문 등으로 분산돼 있던 영업조직을 하나로 합쳤다. 채널부문 아래 영업추진1~4그룹이 놓인 구조로 재편했다. 영업 네트워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영업추진1그룹이 서울권, 영업추진2그룹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영업추진3그룹이 서울·수도권 외 전국권을 담당한다. 각 그룹은 핵심인력이 맡아 이끌도록 했다. 각 영업추진그룹의 일별, 주별, 월별 실적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외형 확대에도 경영 효율성 유지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대출자산은 320조2233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 대비 10.3% 증가했는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이자이익은 8조8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역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기존의 강점인 높은 경영 효율성을 유지한 채 외형을 확대하면서 순이익 1위라는 기분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 공격적으로 영업이 이뤄졌음에도 신한은행의 CIR은 41.8%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역시 같은 구도를 유지한다. 올해 신한은행의 조직개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소폭에 그쳤다. 결과가 좋았던 만큼 굳이 기존 구도에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 다만 느슨한 분위기를 경계하기 위한 인적 쇄신은 빼놓지 않았다. 각 그룹을 이끄는 수장은 전면 교체했다. 지난해 말 1~3그룹장이 모두 바뀌며 올해 새로운 경쟁 체제가 시작됐다. 전임 그룹장의 거취가 엇갈리며 확실한 신상필벌을 보여줬던 만큼 현 그룹장들의 어깨 역시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020년까지만 해도 9000억원에 육박해 1조원을 넘긴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나 2022년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는 521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 자체는 아직 다른 은행보다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증가율은 주목할 만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6%로 우리은행(58.9%) 다음으로 높았다. 그간 총력을 쏟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성장 여지도 많이 남아있다.
해외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법인 SBJ은행은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써냈다. 두 법인을 더해서만 모두 4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이 나왔다. 성장세 역시 여전히 높다. 두 곳 모두 지난해 2~4분기 연속 10%대 증가했다. 이미 정상 궤도에 들어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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