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약 로드맵]모달리티·적응증 잡식성 확장, 빅파마 '빈틈' 노린다④글로벌 기술력 격차 감안, 마이크로바이옴 등 시밀러 대안으로의 보조요법도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5-03-14 08:41:40
[편집자주]
바이오시밀러로 시가총액 38조원을 이룬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복귀 후 통합 작업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에 나섰다.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올해 본임상에 진입한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 등 당장 현실에 놓인 과제를 지적하는 시장의 요구 속 셀트리온의 신약 여정은 순탄치 않다. 가야만 하는 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 과제다. 더벨은 셀트리온그룹이 그리는 신약 방향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8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의 신약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주축으로 하지만 다양한 모달리티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 항암바이러스, 펩타이드 등 도전적인 시도를 펼치고 있다.글로벌에서 신약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꽤나 고심한 흔적이 감지된다. 물론 신규 모달리티로 어떤 신약을 선보일 것인지 드러난 부분은 없다. 분명한 건 역시 기반기술을 갖추는 일이다. 몇몇 유망 파이프라인이 아닌 신약 개발사로의 완전한 체질개선을 꾀한다.
◇글로벌과 격차 미미, 마이크로바이옴 잠재력에 베팅
고바이오랩, 에이치이엠파마(HEM파마), 리스큐어, 바이오미의 공통점은 모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텍이면서 셀트리온과 협업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2022년 고바이오랩을 시작으로 2023년 HEM파마와 리스큐어, 2024년 바이오미로 마이크로바이옴 파트너사를 늘려나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포함한 미생물군집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상용화 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22년 12월 미국에서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승인됐다. 2023년에는 경구용 신약도 나왔다. 단 2개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만 존재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가능성 만큼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기뿐 아니라 전신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고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자가면역질환이나 암, 뇌질환 등 각종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병용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지점에서 틈새를 노리고 있다. 기존 약물을 소폭 변형하면서 경쟁력을 가지는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경험해 본 토대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한다는 기대다.
개인, 인종 간 마이크로바이옴 편차가 큰데다 단독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다. 다만 이제 막 신약이 등장하기 시작해 글로벌 빅파마들과 기술격차가 적은 편이라 충분히 '해볼 만한 분야'라고 판단하고 있다. 단독 치료제로는 물론 바이오 시밀러의 또 다른 대안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보고 있는 셈이다.
장남이자 신약 개발을 이끄는 서진석 대표가 직접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을 만나 협의를 진행한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서정진 회장 역시 홍콩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ADC와 다중항체 다음으로 주력 분야로 꼽기도 했다. 개발 의지가 상당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분야를 타깃한다. 협업관계가 가장 오래 된 고바이오랩과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아토피피부염 등을 연구하고 있다. 계약상 2년이었던 공동연구 기간은 지난해 1년 연장됐고 올해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큐어와는 파킨슨 등 뇌질환 분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HEM파마와는 위탁개발(CDO) 및 임상시료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 유망 물질을 임상으로 올리기 위한 스케일업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협업 계약을 맺은 바이오미와는 다제내성균감염증을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연구는 파트너사에서도 핵심 인력만 관여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긴 호흡으로 잠재력이 높은 여러 질환을 검토한 후 유망 물질을 셀트리온 파이프라인에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다양한 시도 속 중점은 신약 플랫폼 구축
항체 강점을 살린 다중항체, mRNA, 펩타이드도 셀트리온이 관심을 보이는 모달리티다. 다중항체 첫 파이프라인은 올해 임상시험신청을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올해 첫 다중항체 신약 물질 CT-P72의 타깃을 공개했다. HER2와 CD3를 동시 타깃하는 물질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에이비프로에서 기술을 이전받았다.
고발현 HER2를 선택적으로 표적하고 CD3와 결합하는 CT-P72는 T세포 반응을 활성화해 항종양 효과를 낸다. 전임상 실험에서 기존 치료제 '허셉틴' 내성을 포함한 HER2 양성 및 중간 발현 유방암, 난소암, 위암 세포주에서 선택적 활성을 입증했고 HER2 음성 세포주에서는 활성이 감소했다. 기존 표적 치료제에 비해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에이비프로에 200만달러(약 29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했으며 개발 마일스톤으로 1000만달러(약 145억원)를 약정했다. 상용화 시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17억5000만달러(2조5384억원)다.
내년 선보일 다중항체 물질은 싸이런테라퓨틱스와의 공동개발에서 발굴된 물질로 추정된다. 싸이런은 T세포를 통해 항암 효과를 유도하는 T셀 인게이저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 특히 혈액암 분야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CAR-T 등 세포치료제 대비 저렴하면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셀트리온이 바라보는 건 암 표적에서만 항체가 활성하는 조건부 다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이다. 2028년께 선보일 계획이다. 차별화를 지닐 수 있는 새로운 표적, 독창적인 항체를 얻기 위해 외부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뉴브와 신규 항체 발굴 연구, 바스젠바이오와 신규 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를 각각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근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세대 GLP-1 등 펩타이드 신약, 암세포까지 정확히 도달할 수 있는 전신투여용 항암바이러스 신약 등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ADC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의약품을 경구용으로 바꿀 수 있는 플랫폼 기술 개발, 전신투여용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이다.
단순히 유망 물질을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반기술을 탑재해 확장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랫폼 구축은 더 오랜 연구기간을 요하지만 성공한다면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으로 완벽한 도약을 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바이러스 등 신규 모달리티 개발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반기술을 갖춰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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