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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지형도]지난해 '가능성' 보여준 우리은행, 올해는 판도 흔든다⑩지난해 외우내환에도 실적은 선방…본격 승부는 지금부터

조은아 기자공개 2025-03-19 12:34:36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7시1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은행권 지형도를 다시 쓴 게 하나은행이었다면 앞으로의 주인공은 우리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며 우리은행만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용 관리에도 성공하면서 체질도 개선했다. 다른 은행보다 크게 떨어졌던 경영 효율성을 정상화하면서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 뛰어들 발판도 마련했다.

내부 분위기도 좋다. 내내 불안 요소로 지적받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임종룡 회장과 새로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안정적 호흡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우리은행을 만들어나갈 것이란 기대감으로 내부 분위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밝다.

◇비이자이익 전년 대비 60% 증가, 비중도 12%대

우리은행은 지난해 크게 약진했다. 순위는 변동이 없었지만 순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며 다른 은행과 격차를 크게 좁히는 데 성공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다른 은행들이 순이익 3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나홀로 순이익 2조5000억원대를 기록하며 한참 뒤쳐져 있었으나 지난해 순이익 3조원대를 넘겼다. 3위 은행과의 격차도 전년 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비이자이익이 꼽힌다. 비이자이익은 펀드, 방카슈랑스, 투자금융(IB) 및 외환 거래 등 대출을 제외한 상품 판매 과정에서 거둔 수수료이익 등을 기초로 한다.

우리은행은 대출자산에 따른 이자이익으로는 다른 은행과 순이익 격차를 좁히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썼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71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만 비이자이익이 1조원을 넘겼다.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다. 전년 대비 증가세 역시 눈에 띈다. 6740억원에서 60% 가까이 증가했다. 은행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은행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민은행이 9.8%였는데 우리은행은 12%에 이르렀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 창구에서 ELS 판매가 중단된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ELS 판매는 중단된 상태다.

단순 비이자이익만 늘어난 건 아니다. 비용 관리 등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성과를 보여줬다. 우리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지난해 43.4%로 전년보다 3.4%포인트나 개선됐다. 여전히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개선 폭 역시 가장 컸다.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3조7469억원으로 1.4% 줄어든 반면, 총영업이익은 8조6374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허니문 끝났다'…중기 영업 톱클래스 증명할까

우리은행은 대기업대출에 특화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곳이다. 지난해 역시 대기업대출 잔액이 15.9% 늘며 전체 기업대출 성장세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5% 증가했다. 비교 구간을 넓혀봐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사이 대기업대출 잔액은 47%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9% 증가했다.

그러나 대기업대출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 대기업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대규모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대출 수요가 높지 않다. 자본시장 발전으로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경로가 다변화된 것도 대기업대출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정진완 행장에게 기대가 모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 행장은 지난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살려 ‘기업금융 명가 재건’ 등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은행장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해 12월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 생활 30년 중에서 26년을 영업점에서 영업 관련 생활을 했다"며 "은행 영업과 특히 중소기업 영업 쪽은 제가 톱클래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지금까지는 취임 초반인 만큼 당장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분위기 쇄신과 조직문화 개선 쪽에 공을 들였다. 우리은행 입장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실적보다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제 취임 3개월차를 맞은 데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앞으론 본격적으로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방문을 선택하기도 했다. 1월 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메인비즈협회를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 및 기업 공급망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활성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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