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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지형도]2년 만에 '영업통' 맞은 하나은행, 올해 키워드는⑨지난해 순이익 2위로 내려앉아…임원인사에서 보여준 '영업' 강화 기조

조은아 기자공개 2025-03-18 12:34:03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4시0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3년 사이 은행권 지형도를 다시 쓴 곳은 하나은행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비교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던 하나은행은 2022년 두 곳을 누르고 리딩뱅크에 올랐다. 1년 천하도 아니었다. 이듬해에도 1위를 수성하며 '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증명했다.

깜짝 등장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대출자산을 꾸준히 확대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영업통으로 손꼽히는 이호성 행장이 취임하면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딩뱅크 원동력은 영업…가파른 자산 성장세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올려놓은 원동력은 공격적 영업 확대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쟁 은행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하나은행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확대했다. 주요 영업반경인 서울·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확장도 시도했다.

최근 5년 자산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을 기점으로 하나은행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022년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평잔) 증가율이 12.50%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국민은행 11.36%, 우리은행 10.83%, 신한은행 9.54%였다.

2023년에도 우위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 5.67%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다른 은행의 경우 1~3%대에 그쳤다.

실질총자산 규모에도 역전이 벌어졌다. 2023년 말 하나은행의 실질총자산은 468조7419억원으로 신한은행(461조9781억원)을 7조원가량 앞섰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며 현재의 4대 시중은행 체제가 출범한 2015년 이후 두 은행의 실질총자산 규모가 뒤집힌 건 처음이다. 지난해의 경우 아직 수치가 나오진 않았으나 기존 추이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위로 내려앉으며 리딩뱅크를 신한은행에게 넘겨야 했다. 두 은행의 순이익 격차는 3390억원이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자이익이 감소한 동시에 환율이 상승하며 2119억원 규모의 외환환산손실이 발생했다.

4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는데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 환율 민감도가 높은 만큼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지난해 분기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1~3분기까지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4분기에만 19.0% 줄었다.


◇'영업통'의 복귀, 함영주 회장과의 호흡 기대

올해 하나은행은 새 은행장을 맞았다. 이승열 부회장이 은행장에서 물러나면서 하나카드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호성 행장이 올 초부터 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다. 이승열 부회장은 취임 초반 영업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았으나 우려를 금방 씻어냈다. 함영주 회장이 워낙 영업에 능통했던 만큼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하나은행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년 만에 영업 전문가를 맞은 만큼 올해는 한층 공격적 영업 확대가 예상된다. 이호성 행장은 올 초 취임식에서 3대 핵심 전략을 공개했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이다.

이 행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손꼽힌다. 하나은행 입행 후 줄곧 영업점에서 활약했고 영남영업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을 지냈다. 영업 현장 선봉에서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다툴 수 있는 체급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행장이 되면서 본인의 영업 노하우를 전 영업 조직에 녹일 것으로 보인다.

임원인사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이 행장 취임과 함께 부행장으로 승진한 4명의 임원 모두 영업그룹대표 또는 영업그룹장이다. 본부장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18명이 본부장으로 승진했는데 이중 12명이 영업점장 출신이다.

새 먹거리의 안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그룹 안에 '하나더넥스트본부'를 신설했다. 하나더넥스트는 하나금융그룹의 시니어 특화 서비스다. 기업그룹에는 소호 고객 전담 조직인 '소호사업부'도 만들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증가 추세에 맞춰 외국인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자 '외환마케팅부'를 '외환손님마케팅부'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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