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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파트너, PEF의 진화]투자의 마침표, 엑시트로 보여주는 PEF식 밸류업⑤M&A·IPO·세컨더리 등 방식 다양…상황에 따른 전략, 투자 성패 '분수령'

최재혁 기자공개 2025-04-25 08:10:45

[편집자주]

시장 내 사모투자펀드(PEF)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거래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책임 있는 경영 관여로 투자 생태계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더벨은 PEF의 긍정적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낸 실질적 성과를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6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게 엑시트(Exit)는 단순한 투자금 회수가 아니다. 투자 철학과 실행력이 응축된 순간이자 피인수기업의 미래를 가르는 갈림길이 된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어떻게 나가느냐'는 그 자체로 운용사의 역량과 철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회수의 방식과 과정은 해당 하우스의 신뢰도와 책임감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이는 곧 다음 펀드레이징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의 동행을 어떻게 마무리했느냐에 따라 운용사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내 입지가 결정된다. 엑시트를 보면 하우스를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엑시트 방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투자 목적과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 단계, 시장 환경에 따라 엑시트 전략은 정교하게 설계된다. 대표적인 엑시트 수단은 M&A, IPO(기업공개), 세컨더리 딜 등 세 가지 방식이다. 각각의 회수 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변화와 함께 그 비중과 활용도가 달라졌다.

먼저 M&A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기업이나 전략적 투자자(SI)에게 피인수기업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M&A를 통한 엑시트의 전제 조건은 성공적인 밸류업이다. 초기 인수부터 체질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재편을 통해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IPO를 통한 엑시트도 활발하다. 피투자회사를 상장시켜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IPO는 주로 장기적 성장성과 경영 투명성을 갖춘 기업에 적합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IPO는 M&A나 세컨더리 딜에 비해 회수 방식 중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컨더리 딜은 최근 각광받는 유연한 회수 전략 중 하나다. 투자 만기 전에 자산을 다른 운용사나 신규 펀드에 넘기는 방식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선택지로서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도 주요 회수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포트폴리오 자산을 새로운 펀드에 이관해 가치를 추가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회수 과정을 보다 유연하고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PEF 운용사 투자대상의 원천, 즉 매각 주체의 경우 기업, 개인, PEF, 채권단 등 다양하다. 2007년 기업이 84.6%, 개인이 15.4%였던 매각 주체의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2011년 기업의 비중이 92.5%로 증가했다.

2012년부터는 개인의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개인 비중이 29.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PEF 운용사의 중소기업 투자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잠재적 성장성을 극대화하려는 PEF의 전략을 보여준다.

◇끝 아닌 새로운 시작, PEF 정체성 보여준다

PEF 운용사의 엑시트는 투자 기간 동안 축적된 밸류업 성과가 시장에서 검증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M&A를 통한 전략적 매각이다. 단순한 재무적 이익을 넘어 사업 구조를 바꿔놓고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이기에 시장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2014년 글랜우드PE는 NH PE와 함께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당시 제조업 중심이던 동양매직을 렌털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뒤 2년 만에 SK네트웍스에 매각해 38% IRR을 기록했다.

내부 직원들조차 "기업을 여기까지 끌어올려줘 감사하다"며 PE의 개입을 반겼다는 후문이다.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내 역할 재정의와 성장 동력 발굴이 결합된 결과였다.

IPO 또한 PE의 책임 있는 투자와 성과의 척도다. 재무 안정성뿐 아니라 내부통제, ESG 체계까지 갖춰야 하기에 PE는 오너십 개입을 통해 기업을 시장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상장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게 되는 과정 역시 PE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했기에 가능하다.

리캡(Recapitalization·자본구조재조정)은 다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재무적 성과를 기반으로 중간 수익을 실현하고 남은 지분에 대한 책임 경영을 지속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특히 PEF가 단기차입으로 리스크를 전가하기보다는 현금흐름 기반의 보수적 구조를 설계할 경우 오히려 기업에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세컨더리 딜이나 컨티뉴에이션 펀드처럼 유연한 회수 구조가 확산되는 만큼 이들 전략이 단순히 드라이파우더 소진 수단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하는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

실질적인 밸류업 없이 자산을 돌려막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시장 신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 내부의 엄격한 기준과 투자자와의 장기적 신뢰 구축이 병행될 때 회수 전략은 진정한 순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처럼 엑시트는 단순히 빠져나오는 과정이 아니다. 투자자금 회수 이상의 무언가가 남을 때, PEF의 먹튀 프레임을 넘는 진심 어린 투자라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엑시트의 품질이 곧 PEF의 철학과 정체성을 말해주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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