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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PF 우발채무 축소의 비밀 현금흐름 담보로 지급보증 대체...시행사 리스크 절연 미흡

길진홍 기자공개 2012-03-05 12:09:23

이 기사는 2012년 03월 05일 12: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현금(분양대금)을 집합(풀링)해 우발채무를 덜어낸다면 건설사들의 재무구조에 어떤 변화가 올까. 장부상 PF 대출잔액을 줄여 재무안정성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보증채무 부담 없이 PF 대출을 일으켜 신규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우발채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그동안 상품 구조화를 가로막았다. 우선 현금흐름을 한데 묶기 위해서는 각 사업장의 PF 대출채권 만기가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실질 차주이면서 사업 주체인 시행사의 동의도 필요하다. 또 분양률이 좋아야만 지급보증 없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이런 이유로 불가능할 것으로만 여겨지던 구조를 실현했다. 1년여의 공을 들여 각 사업장 대출 만기를 맞추고, 시행사 동의를 얻어 3200여억원의 우발채무를 털었다. 금융상품 구조화는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

◇PF 사업장 잉여 현금흐름을 이용하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에는 우발채무를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여러 노력 끝에 건설사 지급보증 리스크는 금융회사의 신용보강에 책임준공과 책임분양, 책임임대차 등을 추가한 형태로 변화했다. 그렇다고 우발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는 못했다. 동일한 구조를 여건이 다른 각 사업장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대주를 설득하는 데에도 역시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미 지급보증을 약정을 맺은 PF 사업의 경우 원금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그 부담이 이어졌다. 사업 종료 시점에 준공 후 미분양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내에서 우발채무를 해소하는 수준이었다.

대우건설은 지급보증 대체 담보에 대한 접근을 달리했다. 준공 전이라도 남아도는 현금흐름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우발채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사업장 여러 곳을 한데 묶어 잉여 현금흐름을 끌어 모은 뒤 이를 담보로 지급보증을 대신했다.

대우건설은 준공 전 PF 사업장 6곳의 우량현금을 추려 지급보증을 털었다. 각 사업장에 추산된 현금흐름(미회수 분양대금, 미분양대금)의 합이 1조3340억원인데 이 가운데 3204억원을 지급보강 대체 담보로 인정받았다. PF 대출잔액 4259억원 중 남은 1055억원은 후순위 대출로 돌려 대우건설이 지급보증을 섰다.

대출채권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형태로 시장에 풀렸는데 구조 실현을 위해 몇 가지 작업이 선행됐다.

대우건설은 우선 리파이낸싱을 통해 PF 대출채권의 만기를 맞췄다. 풀링 대상 사업장 6곳의 PF 대출만기가 2012년 1월과 3월 사이에 몰려 있다. 이는 현금흐름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출 만기를 조정한 것이다.

또 시행사 변수를 줄이기 위해 관리형토지신탁을 도입했다. 김포 한강과 울산 신정동을 제외한 4곳이 모두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일반 시행사가 사업을 진행 중인 김포 한강과 울산 신정동의 경우 분양대금 관리계좌와 대출금 실행계좌에 근질권을 설정했다. 이밖에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분양률이 우수한 사업장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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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가 선순위 현금흐름 부족분 충당

이번 상품 구조의 핵심은 선순위 채권자가 원리금회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후순위 채권자에 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금흐름을 모든 채권자에 흘려주되 부족분을 후순위가 메우도록 했다. 이로 인한 후순위의 원리금 미회수 위험은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완화된다.

대우건설의 신용보강은 후순위 대출한도 내에서 움직이므로 선순위 대출의 경우 우발채무에서 빠지게 된다. 개념적으로 현금흐름을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해 각각 대출을 일으키고 지급보증의 범위를 제한했으나, 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는 선순위와 후순위가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 같은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유동화법인(SPC)이 차주에 실행한 대출채권을 금전채권신탁해 각각 수익권을 배부했다. 각 사업장으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은 분양수입금 관련 계좌로 입금돼 신탁의 수익권자인 정산 SPC를 거쳐 1종수익분배청구권자(선순위)인 통합 SPC에 우선적으로 지급된다.

분양대금은 통합 SPC에 수익이 지급될 때까지 2종수익분배청구권자(후순위)에 가지급된다. 2종 수익권자는 1종 수익권자 지급이 완료된 이후 ABCP 원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받을 권한이 부여된다.

차주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할 경우 사업장 SPC에 대한 ABCP 이자 가지급은 중단되고, 가지급금은 통합 SPC의 원금 배분에 활용된다.

후순위 채권자의 가지급 반환 의무는 대우건설이 사업장 SPC에 대해 부담하는 ABCP 지급보증과 매입보장, 시공비 반환 의무 등을 통해 보충된다.

후순위 채권자가 가지급 반환으로 손실에 노출될 위험은 원금의 100%인 최대 1055억원이다. 후순위 대출에 지급보증을 선 대우건설의 우발채무 현실화 범위도 1055억원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대우건설2

◇우발채무는 과연 사라졌나

선순위 대출채권의 우발채무는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구조상 후순위 대출원금 외에 대우건설이 추가로 부담해야 익스포저는 없다. 지급보증 약정이 해지된 선순위 대출의 경우 시공사에 전가된 위험이 은행의 매입약정과 신용공여로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선순위 채권자에 부수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분양대금 반환과 손해배상 의무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대우건설은 시행사가 대출만기일까지 원리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하고, 수분양자의 잔금미납으로 미분양 물량이 존재할 경우 분양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 때 수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반환은 대우건설이 시행사와 연대해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이는 선순위 채권자가 이미 회수해 간 분양대금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이다.

대우건설이 계약해지 중도금을 대납해 확보한 미분은 통합 SPC의 원리금 상환재원이 된다. 추후 매각을 통해 선순위와 후순위, 대우건설 등이 각각 나눠 갖는다.

예컨대 분양물량 중 50%가 잔금을 미납해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경우 적지 않은 중도금 반환금을 대우건설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주에게는 더욱 유리한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대주가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이미 찾아간 상황에서 시공사가 계약해지금을 대납함으로써 그 차액만큼 일시적인 잉여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이는 후순위 지급보증과는 별개의 부담이다. 추가 자금 소요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물로 떠안은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해 현금이 유입되기 전까지는 자금 부담이 지속된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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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또 시행사가 기타 채무불이행의 사유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관리형토지신탁에서 제외된 김포 한강과 울산 신정동 등의 시행사 리스크를 고려해 추가된 약정이다. 시행사에 부도 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출원리금, 지연손해금, 수수료 등을 배상해야 한다.

분양대금 반환 의무와 마찬가지로 후순위 지급보증과 별개로 대우건설이 안고 있는 부담이다. 선순위 채권자가 현금흐름에 후순위 대출금 이상의 어떤 충격(손실)이 왔을 경우 대우건설에 의무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지급보증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대우건설은 분양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으로 인한 자금 부담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각 PF 사업장의 분양률이 높고, 수익성도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사후 정산을 통해 회수가 가능한 자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기한이익 상실과 원리금 미납 등으로 인한 시공사의 자금 부담을 우발채무에서 덜어낸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우발채무의 범위를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계약이 해지된 아파트의 사후 정산이 가능하고, 시행사에 손해배상금 청구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발채무의 범위는 최종적으로 후순위 지급보증 범위로 귀결된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사업 장기화로 관련 비용이 미회수될 경우 우발채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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