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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채 3년물 '히트', 언제까지? 표준 5년물 뛰어넘는 발행…수요-공급 부합

한희연 기자공개 2013-01-28 08:03:40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 시장에 3년물 달러채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본드 시장의 표준으로 일컬어지는 5년물을 뛰어넘는 인기가 한철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해가 바뀐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3년물 달러채권의 발행과 수요는 모두 은행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자산의 듀레이션이 다른 투자기관에 비해 짧은 은행들은 조달과 운용에서 3년물을 선호하고 있다. 3년물 발행 행진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초기의 진단도 이 때문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3년물 달러채에 대한 수요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하를 사실상 종료하고 향후 2~3년 내에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5년물 이상의 만기보다 3년물을 찾게 한다는 것이다.

◇ 자산-부채 만기 매칭에 목마른 은행, 3년물 수요·공급의 원천

지난해 9월 외환은행이 3년만기 유로본드 3억 달러를 발행했을 때 시장은 뒷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공모채권 발행이라면 통상 5년 이상 만기 발행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이 3년물 달러채권을 발행한 것은 2009년6월 신한은행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 우려 부각 이후 시장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3년물 절대 금리가 급격히 낮아져 투자 수요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팽배했지만, 수요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다수 은행들이 자산-부채 만기 매칭을 위해 3년물에 목말라 있었다는 점이 키워드였다. 리먼 사태 이후 시장금리 급락으로 짧은 만기의 채권 공급이 줄면서 잠재적 3년물 투자자들에게는 채권 공백 상태가 생긴 것. 외환은행 입장에서도 짧은 조달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입장이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후 10월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를 통해 3년과 5년으로 나눠 글로벌본드 10억 달러를 발행했다. 5년으로만 만기를 가져가지 않고 3년도 추가한 점은 흥행에도 한 몫했다고 알려졌다.

외환은행과 다른 나라 은행들의 3년물 발행 성공을 눈여겨 보던 기업은행은 10월 3년만기 채권 3억 달러를 발행한다. 당초 기업은행은 7월에 발행했던 5년만기 글로벌본드를 리오픈 발행하려 했었다. 하지만 5년물의 한국물의 홍수 속에서 발행금리를 얼마나 더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3년물 발행은 금리 낮추기를 위한 새로운 전략의 일환이었다.

11월 한국수출입은행은 3년만기롤 10억 달러를 한번에 조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수출입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저금리 유지기간을 2015년까지 연장한 것에 초점, 3년물 발행에 자신감을 얻었다. 제도에 기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3년물 수요는 적을 수 밖에 없다는 통념을 깨고 한번에 10억 달러를 조달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계 기관들의 3년만기 채권을 확실히 보편화 시킨 것은 올해 1월 국민은행이었다. 수출입은행의 3년만기 채권 10억달러 발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란 분위기를 깨고 3년만기 채권 발행금리를 크게 낮춤으로써 3년만기 구간을 공모채권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 시켰다는 평가다.

달궈진 분위기는 한국산업은행이 이어갔다. 산업은행은 1월 3년과 5년으로 나눠 10억 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특히 3년물의 쿠폰 금리는 1%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발행에서는 3년물에 미국쪽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 특징이었다. 한국물의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한국물은 아시아 쪽 투자자들에게는 이제 상대적으로 값비싼 채권이 됐다. 대신 국가 등급이 오르며 예전에는 투자하지 않던 AA급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쳐다보게 됐다. 이 상황에서 미국경기와 중국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대거 3년만기 한국물에 투자를 선호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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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한국계 3년만기 채권 흥행 성공은 일부 투자자들의 만기 수요와 은행권 발행 만기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은행권 발행사의 경우 공급하는 대출 구조가 짧기 때문에 자산이 짧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자산 만기는 시중은행이 6~9개월, 정책금융기관이 1년6개월 가량이라고 알려졌다. 때문에 발행하는 입장에서 짧은 만기로 조달 하게 되면 그만큼 자산-만기 매칭이 용이해진다.

이같은 분위기는 외국의 은행계 투자기관들도 마찬가지. 예금 등 조달하는 자금의 만기가 그리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측면만 맞다면, 투자 또한 장기보다는 단기를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 세계 경기 회복 기대로 장기물 투자 꺼리는 분위기…"한국물은 포화 지적도"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3년만기 구간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원래 단기물 투자는 아시아권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했던 구간이지만 최근 미국 등 다른 지역 투자자들의 단기물 투자도 늘고 있다.

미국 경기와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자, 일단 장기물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초저금리 시기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굳이 낮은 금리의 장기물을 가져가느니, 일단 단기물로 버티고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다소 올라갈 경우 다른 투자물로 가져가자는 심리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아시아는 아시아 자체 자산 듀레이션이 짧아 원래 단기에 치중했던 반면, 미국 쪽은 단기 구간을 별로 선호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저금리가 언제까지 가냐에 대한 전망에 따라 3년 구간을 사고 있다"며 "최근 세계경기 회복세에 베팅해, 일단 단기물에 투자하며 초저금리 시장을 견디자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물 구간 인기가 어디까지나 지속되긴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정 부분 수요층의 한도가 있을 것이고,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물 3년물 공모채권만 29억 달러가 발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수요가 얼마나 더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또 그간 공모로는 장기물을 발행하고 짧은 만기는 사모로 충당하던 것이 일반적이 었는데, 공모 단기물이 인기를 몰면서 지나치게 이 구간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 나오기도 한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에 3년물 수요는 아직 많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3년 구간을 공모시장에서 싹쓸이 할 경우 공모 시장의 발행만기가 짧아지고, 사모시장이 공모시장까지 올라와 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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