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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글로벌본드, AA급 투자자 본격 유입 미국투자 비중 ↑, 연금·국제기구 자금 유입…중동계 투자도 많아

한희연 기자공개 2013-01-16 10:45:55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6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오른 이후 한국물 주요 투자자 그룹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 보다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투자자가 대폭 늘고 중앙은행이나 국제 기구 등 AA급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세력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15일(현지시간) 발행한 글로벌 본드는 그 패러다임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산업은행이 올해 처음 발행한 글로벌본드는 5년물 가산금리 100bp 벽을 뚫었다. 함께 발행한 3년물 쿠폰 금리는 처음으로 1%를 기록했다. 지난 해 상반기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리먼 이후 처음으로 5년물 가산금리 100bp대 돌파

한국산업은행은 16일 새벽 2시경, 총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3년과 5년만기로 나뉘며 각각 5억 달러씩 발행됐다. 발행금리는 3년만기가 '미국 국채수익률(T)+80bp', 5년만기가 'T+97.5bp'로 결정됐다. 쿠폰금리는 각각 1%와 1.5%다.

리먼 사태 이후로 5년물 글로벌본드 가산금리가 100bp를 깬 것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산업은행 딜로 한국물 발행 스프레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회복하게 됐다는 평가다. 또 최근 발행 붐이 일고 있는 3년 만기의 경우 산업은행으로서는 해당 만기 첫 발행이지만, 쿠폰금리 1%에 발행을 성사시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듀얼 트렌치를 가져간 것은 리스크도 있었지만, 단기를 일부 가져가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만기구조를 봤을 때 유리한 면이 있었다"며 "또 투자자들도 향후 금리 인상을 예상해 만기를 짧게 가져가고자 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발행사와 투자자의 요구가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AA급 투자자 본격적으로 들어와…미국 연금, 국제기구 자금 유입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15일 오전 11시반 경 이니셜 가이던스를 3년 만기 'T+90bp', 5년 만기 'T+110bp'로 제시하며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후 가이던스를 3년과 5년 만기별로 각각 'T+85±5bp' 'T+100±2.5 bp'로 수정하고, 결국 가이던스 하단에서 채권을 발행했다.

투자자 주문은 30억 달러가 넘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치며 24억 달러 가량의 주문북이 쌓였고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7억 달러 정도가 더 들어왔다. 만기별로 3년 만기와 5년 만기 각각 15억 달러 가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특히 이번 발행에는 3년과 5년 만기 모두 미국계 투자자 비중이 높았다. 3년 만기의 경우 아시아 20%, 유럽 17%, 미국 63%의 분포를, 5년 만기 채권의 경우 아시아 32%, 유럽 24%, 미국 44%의 지역별 분포를 보였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3년 만기가 자산운용사가 56%, 공공기관 및 중앙은행 23%, 은행 15%, PB 및 기타 6%의 분포를, 5년 만기가 자산운용사 46%, 은행 29% 공공기관 및 중앙은행 16%, 보험 4%, PB 및 기타 5%의 분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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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투자비중 확대는 한국물의 투자자층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간 한국물 발행의 강력한 매수주체는 아시아계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한국물 등급 자체가 높아졌고 금리도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전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한국물은 너무 값비싼 채권이 됐다.

결국 이들 투자자들이 투자를 주춤하기 시작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투자계층이 열렸다. 더 높은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 국제기구나 중앙은행 등의 투자자층이 이에 속한다. 실제로 이번 채권 발행에는 미국 연금이나 국제기구의 자금이 일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AA급 투자자가 한국물에 투자하기 시작한 셈이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여태까지는 한국물 투자를 아시아에서 주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높아져 아시아에서 금리상 부담스러워졌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예전에는 투자자 층에서 볼 수 없었던 우량한 기관들이 스프레드에 관계없이 주문을 넣어, 이제 본격적으로 AA급 투자자들이 한국물 투자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행에는 중동계 자금도 다수 들어왔다. 지난주 금융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가 함께 추진한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 활동의 영향이다.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은 오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아랍에미레이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국가를 방문해 금융협력 강화 방안을 강구했다. 이 과정에서 중동계 기관들에 국내 금융기관들을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고, 결국 이번 산업은행 채권 투자로까지 연결됐다는 얘기다.

노융기 산업은행 국제금융부문장은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 결과에 대해 "국제조달시장에서 AA 신용등급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발행을 앞둔 한국계 기관에도 영향을 줘, 조달금리 절감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발행의 주관업무는 UBS, BofA메릴린치, 바클레이즈, HSBC, 다이와증권, 골드만삭스, KDB아시아가 맡았다. 산업은행은 이번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외화대출 연장 및 만기도래 부채상환을 포함한 일반 운영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채권의 납입일은 오는 22일이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지난 15일 이번 산업은행의 채권에 'A'등급을, 피치는 'AA-'등급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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