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29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신규자금 지원을 주저하면서다.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채권단 자금 지원 결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액이 너무 크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다급한 건 쌍용건설이다. 당장 이달 말 132억 원의 전자어음 만기가 도래한다. 쌍용건설은 어음을 자력으로 막을 수 없다. 80억 원 남짓한 돈이 있지만 당좌예금에 가압류가 걸려 있어 마음대로 빼서 쓸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대로 어음만기가 도래할 경우 부도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쌍용건설이 부도처리 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협력업체 줄도산 등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쌍용건설의 하도급업체 수는 1400개로 상거래채권이 4500억 원에 달한다. 채권은행들도 2조1000억 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
게다가 쌍용건설이 법정관리 길을 걷더라도 회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본잠식에 수주 차질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기업 부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을 이끈 오너와 대주주에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도 쌍용건설 부실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 초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을 설득해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이끌어냈다.
당시 자본 확충을 통해 상장을 유지하고 6월 말이면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채권단 입을 빌려 쌍용건설에 긴급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기틀을 마련한 다음 연내 제3자가 인수토록 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이처럼 감독당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들은 "쌍용건설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쌍용건설에 대한 외상공사가 잇따랐다. 워크아웃을 개시한지 석달 동안 하도급업체에 밀린 결제대금만 2000억 원에 달한다.
워크아웃 당사자인 쌍용건설도 고혈을 짜내 가까스로 버텨왔다. 없는 살림에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짜냈다. 만약 이대로 주저앉을 경우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진다.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기업 회생에 필요한 종잣돈이 없다. 차라리 워크아웃을 개시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협력업체들의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당국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감독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들끓자 손을 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관치금융과 채권은행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구분돼야 한다. 특히 쌍용건설의 경우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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