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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쌍용건설, 금융당국 손 떼나 운영자금 소진..채권단 지원 부결 땐 '법정관리'

길진홍 기자공개 2013-05-30 09:51:09

이 기사는 2013년 05월 29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 워크아웃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 결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자금 고갈로 이달 말일께 만기 도래하는 어음의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초 채권은행들을 설득해 워크아웃 개시 합의를 이뤄낸 만큼 후속 절차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번 주 여신심사위원회를 열고 쌍용건설에 4450억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지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서면결의 요청을 미뤄온 가운데 자금난으로 어음 상환에 차질이 예상되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쌍용건설 자금 지원은 그러나 채권은행들이 회생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권은행들은 업황 부진으로 기업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채권단 중 무담보채권액이 가장 많은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1일과 28일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한, 하나, 국민 등 다른 채권은행들도 내부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 자금 지원이 불발 될 경우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당장 1400여 개에 달하는 하도급업체 줄도산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B2B대출(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규모는 4500억 원이다.

B2B대출의 경우 상환 의무는 원도급자인 쌍용건설에 있지만 부도가 나면 협력업체들이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믿고 외상공사를 한 협력업체들도 파산 위험에 직면한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감독당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통정리 차원에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쌍용건설이 어음만기를 앞두고 워크아웃을 요청하자 채권은행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일부에서는 시장 자율기능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부도가 날 경우 금융시장 영향이 크고 하도급업체 피해가 우려된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실사를 마치고 자금 지원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감독당국이 힘을 못 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채권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모아 쌍용건설 지원을 독려했으나 수위가 이전만 못했다는 후문이다. 쌍용건설 여신지원에 관해 면책특권을 달라는 채권은행들의 요청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쌍용건설 자금 지원 결정을 미루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금지원이 늘어지면서 감독당국을 믿고 쌍용건설 외상공사를 한 협력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대규모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막판 교통정리는 감독당국이 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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