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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탈 중동화'에 대한 우려

길진홍 기자공개 2013-07-02 10:08:20

이 기사는 2013년 07월 01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은 지난달 27일 ‘2013 건설금융 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건설금융 포럼은 관련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주요 현안과 해법을 모색하는 실무형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해외 건설사업을 주제로 정부의 금융지원 강화와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요구해 왔다.

올해 포럼은 해외 건설사업 리스크 관리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동 지역 과당경쟁은 늘 뜨거운 감자다. 매번 나오는 얘기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의 말이 흥미롭다. 오랫동안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그는 종종 현지 외국계 변호사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한국은 중동 지역 일감을 독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왜 그 기회를 잡지 않는가"

신 변호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에 끼지 않을 경우 입찰 자체가 성사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중동 지역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이다.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역설적이지만 중동 저가수주는 한국 업체들이 현지에서 그 만큼 잘 나가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한국 건설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엔지니어링과 설계, 자재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동에서 축적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까다로운 중동 발주처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은 아직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국 업체 중심으로 중동 건설시장 ‘판'이 짜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중동 지역에서 지위를 더욱 다질 수 있다. 유럽 경쟁사들을 몰아내고, 중국 등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이는 일도 가능하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그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 동안 우리는 ‘어닝쇼크'를 불러온 중동 건설사업의 위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업계 전반에 중동 플랜트 공사는 부실 덩어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위기 이후 단비가 돼 주던 중동의 땅은 순식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건설업계는 중동 수주를 피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올 상반기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따낸 일감이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는 퍼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는 국내 자본으로 UAE 원전 파이낸싱을 성사시켰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경쟁국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중동 진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경쟁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이례적으로 중동을 방문했다. 향후 원전 수출과 인프라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둔 세일즈 외교다.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민주화 이후 중동 국가들은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향후 인프라 투자 규모만 2조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신시장 개척을 통한 먹거리 창출은 기업의 숙명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잘하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특히 중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의 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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