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늦춰온 삼성 건설사 통합, 다시 고개든 까닭은 [지배구조분석-삼성그룹②] '물산+엔지니어링' 합병시 삼성SDI 통한 지배력 강화..이재용 '순항'
문병선 기자공개 2013-10-15 10:18:01
이 기사는 2013년 10월 07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건설 사업부 통합을 20여년 미뤄왔다. 1994년경부터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삼성건설을 합병키로 하고 그 이전에 삼성건설·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사업을 합병한 후 삼성물산과 통합하려 했다. 이 계획은 성사되지 않고 1995년 삼성물산·삼성건설의 합병만 이뤄진 채 지금에 이르렀다.20년을 늦춰온 그룹 건설 사업부 통합 관측이 다시 솔솔 나오는 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여년전 건설사업부 통합 시나리오가 나올 때도 신세계·한솔·제일제당(CJ) 등 오너 형제간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이는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들간 계열분리 관측이 나오는 상황과 비슷하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넘겨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독립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SDS는 삼성SNS와 합병키로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굳힌다는 해석을 낳았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통합 관측을 낳고 있다.
건설 사업 재편 문제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너가의 계열분리 및 후계승계 문제와 맞물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상회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1990년대 한때 국내 최대 기업이었다. 지금까지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영향력 있는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삼성전자(3.51%), 삼성종합화학(38.68%), 삼성석유화학(27.27%), 삼성SDS(18.29%), 제일기획(12.64%) 등 여러 곳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만보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두번째로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삼성물산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삼성물산이 삼성건설을 합병하던 즈음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약 4.46%로 추정)은 매우 취약한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경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분리 예정이던 제일제당이 삼성물산 지분 약 2~4%를 갖고 있었고 그 외 다른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제일제당이 계열분리된다면 삼성물산의 경영권이 어디로 갈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을 삼성건설과 합병시킴으로써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당시 삼성건설 대주주들(삼성생명, 삼성전자)은 합병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게 됐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던 이건희 회장은 이들 계열사를 통해 더 많은 삼성물산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그 이후 제일제당이 분가됐음을 봐도 이런 해석이 무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렇듯 지배구조 측면에서만 보면 삼성그룹 건설사의 소유구조 변화는 사실 건설업 재편이 아닌 삼성그룹 오너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 중심은 삼성물산이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하며 두 회사의 합병, 나아가 삼성그룹 건설업 재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문제도 따지고 보면 삼성물산 지배력을 높이려는 삼성그룹 오너가의 고민이 묻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 20여년만에 삼성물산 소유구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에 드러난 형태는 건설 사업 재편 구도를 그리고 있으나 속내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해 나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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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물산은 지금도 대주주의 지분이 취약한 상황이다. 삼성SDI(7.18%), 이건희(1.37%), 삼성생명(4.65%) 등 특수관계인을 더해 13.76%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경우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확대된다. 삼성SDI는 제일모직(13.10%)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의 2대주주(5.09%)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스스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건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삼성SDI의 지배력을 견고히 해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아울러 최근의 지분 매입은 최소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 하락을 막아 향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시 삼성SDI의 지배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건설업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강화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건설사업(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흐름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 등 다른 건설사업체와 함께 건설업을 모두 아우른다. 아울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 구도가 강화돼 취약한 삼성전자 지분율을 보충받을 수 있다.
물론 삼성그룹이 1세대에서 2세대로 이양되는 과정과 2세대에서 3세대로 이양되는 과정이 비슷할 거라고는 장담하기 이르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물산 고문 자리에서 건설사업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교통정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 점은 과거 삼성그룹이 건설사업체를 모두 합병하려다 뒤로 미루었듯이 언제든지 사업재편 구도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한 변화가 뒤에 숨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업 재편,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매각,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은 삼성 3세 후계승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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