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01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고등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원고(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와 피고(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및 삼성에버랜드)의 다툼은 이어졌다. 1심에서 나오지 않은 항소심의 새로운 쟁점 중 하나는 이병철 창업주의 경영권 승계 유지와 관련한 진실공방이다. 원고측은 이건희 회장으로의 단독 승계가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가 아닌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승지회(承志會)''라는 조직을 제시했다.

승지회는 1987년 11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타계 직후 자녀들이 만든 조직이다. 매일경제의 당시 기사(1987년 11월20일)를 보면 "이병철 회장의 2세들은 앞으로의 원만한 그룹운영을 위해 이미 형제들로 구성된 '승지회'란 협의기구를 발족시켜 선친의 뜻을 계속 살려나가기로 다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원고측 변호인은 1일 서울고등법원 법정에서 진행된 항소심 2차 심리에서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건희 회장에게만 승계를 한다고 했었는지 등에 대해 피고측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승지회'라는 조직의 실체를 확인했다. 승지회는 5인(소병해, 손복남, 이인희, 이명희, 이건희)으로 조직됐다. 이병철 창업주는 소병해씨를 중심으로 승지회를 이끌라고 당부했었다"고 주장했다.

원고측이 '승지회'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다수의 상속인들의 동의없이 이건희 회장과 그 측근들에 의해서 독단적으로 이뤄졌음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만일 삼성그룹의 1~2세대간 경영권 승계가 주장대로 왜곡됐었다면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남긴 차명주식 역시 상속인들이 공동 소유물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원심의 일부 판정이 뒤집힐 수 있는 사안이다.

원고측 변호인은 이어 "이건희 회장에게 이병철 창업주는 절대 신뢰를 보내지 않았었다. 소병해씨를 중심으로 승지회를 이끌라고 유지를 내린 것을 봐도 그렇다. 선대 회장(이병철)은 타계 직전까지도 친정체제를 구축했었다. 다른 자녀들에 대한 신뢰도 차츰 회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 이건희 측근들은 선대 회장 타계 직후 15분만에 그룹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고 이건희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태희씨 등의 경우 선대 회장 타계 직전 삼성전관과 제일제당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등 선대 회장의 신임을 회복하고 있었고 그 당시 삼성그룹의 승계 구도가 바뀌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고측 변호인은 "원고가 취지변경을 했고 서면제출이 늦어 더 검토해 보아야 할 사안이지만 선대 회장의 유지는 뚜렷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언론에 소개된 (선대 회장의) 여러 차례의 인터뷰, 이맹희 전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1986년) 등을 보면 (이건희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유지는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이어 "승지회는 경영권과는 관계없는 조직이었고, 선대 회장은 '투트랙'으로 승계를 진행했다"며 "전주제지, 제일합섬, 신세계 등을 생전에 정리(계열분리 정지작업)하는 방식이 하나였고 나머지 방식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의 명맥을 잇는 중요한 회사를 묶어 이건희 회장에게 포괄적으로 넘기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양측의 변론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이병철 창업주의 경영권 승계 유지 관련 양측의 공방을 빼곤 재판부의 짤막한 취지 설명만 있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제7회 발행된 것으로 인쇄된 동방생명(삼성생명) 주권의 상속 개시 전 발행 여부 △참칭상속인의 재산권 침해 행위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언제 이뤄졌는지에 대해 △무상증자 주권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지 여부 등에 대해 양측의 프리젠테이션을 받겠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11월 5일 오후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