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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의 10억 포트폴리오 실제 사례는 영국 푸르덴셜·프랑스 악사 해외채 매입 주목...수익보다 안정형 중심

신민규 기자공개 2013-10-11 15:21:59

이 기사는 2013년 10월 08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는 최근 수백억 원을 굴리는 초고액자산가(VVIP) A씨와 관계가 서먹해졌다. A씨가 새로 알게 된 PB에게 10억 원을 맡기면서부터다. PB는 고객을 잃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새 PB의 운용 능력에 따라 10억 원의 투자가 성공하면 향후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액자산가 A씨가 이런 시도를 하게 된 것은 수익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투자해왔던 상품들이 왠지 증권사의 전략추천상품 위주로 채워졌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A씨는 그동안 자금은 투자하지 않더라도 찾아오는 PB들에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끊임없이 테스트를 해왔다.

그동안 A씨의 포트폴리오에는 초고액자산가라면 필수로 여겨졌던 해외국채는 물론 국내 주식 종목들도 들어가 있었다. 해외국채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코스피가 2000선 안팎에서 박스권을 보인 뒤로는 주식 종목투자에서도 거의 재미를 보지 못했다. 힐링이 필요했다.

새로 관계를 맺은 PB입장에서 A씨의 돈은 10억 원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아주 풀기 어려운 '시험'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PB는 9월부터 한달동안 포트폴리오 구성에 들어갔다.

맨먼저 국내 채권을 접고 해외채권 중에서 유럽 생명보험사의 후순위채를 장기투자용으로 꺼내들었다. 프랑스 악사(AXA SA)와 영국 푸르덴셜(PRUDENTIAL PLC) 후순위채는 각각 쿠폰 금리 6.46%와 5.25%로 발행된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5년 후인 2018년 중도상환일을 앞두고 있었다. PB는 유럽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고 향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본차익을 포기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쿠폰 금리를 얻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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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S&P기준 BBB-로 투자적격등급에 속해있고 수의상환 수익률(Yield To Call date)이 6.75%로 투자 매력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다. 수정 듀레이션(금리가 1bp 변할 때 채권가격 변동성) 역시 4.25%로 민감도도 낮다고 판단했다. 올해 발행된 푸르덴셜 후순위채와 함께 5년 장기투자용으로 들어갔다.

실제 해외채권을 운용하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PB의 선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펀드 매니저는 "일종의 하이일드 채권으로 비슷한 채권을 매수한 경우가 있다"며 "중도상환일까지 5년이라는 시간은 향후 경기사이클을 감안할 때 채권가격의 변동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자본차익보다 원금상환을 목적으로 안정적인 이자소득을 얻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환헤지를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1.5%는 더 이익을 낼 수 있으니 거의 8%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권은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이자소득에 대해 분리 과세가 가능하다. 아울러 채권 매도로 인한 자본차익은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종합소득과세 대상에서 따로 떼어내서 세금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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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다른 투자 역시 PB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PB는 국내 개별 주식 투자는 접고 펀드 투자를 권했다. VVIP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펀드 투자였지만 지금은 절대수익추구형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주식은 아직 충분히 싸다고 판단했지만 개별 종목들이 미국 경기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쉽게 알파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종목을 단순히 찾아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PB가 고른 펀드는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 펀드와 신영배당 목표전환형 펀드. 사모펀드로 조성해서 들어갔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공모의 경우 1조1000억 원 넘게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 VVIP만을 위한 펀드가 필요했다. 사모로 조성된 신영배당목표전환형 사모펀드는 지난 8월 설정돼 26억 원 가량의 자금이 모였다.

해외 주식 역시 종목 투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후 국채금리 상승시 투자대안으로 시니어론 펀드 등 특정섹터에 투자한 펀드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PB는 미국 시니어론 ETF, 미국 채권 인버스 ETF, 미국 부동산 ETF 등을 경기 국면별로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는 그로쓰힐다이나믹ETF랩에 들어갔다. 지난 9월 2일부터 6일간 일주일간 판매했던 이 상품은 10억 원 미만의 판매율을 보였지만 PB는 해외 투자에는 적격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나머지 자금을 코스피 지수형 ELS 등을 편입해 10억 원 짜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PB는 "개별 종목이 들어가거나 화끈한 수익을 약속하는 포트폴리오는 아니지만 힐링 차원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다"며 "고객 역시 지금 시장상황에서 잃지 않는 투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PB는 "10억 원의 시험용 머니가 성공해 추가로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올 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며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미세 조정할 필요는 있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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