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1월 15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간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거기가 어디오?'. 한 때 하이마트를 전 국민에게 알리게 한 소형 광고회사 '커뮤니케이션 윌'이 제작한 오페라 시리즈 광고다. 이 광고 한 컷은 하이마트 성장의 중요한 발판이 됐지만 더 이상 그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기 어렵게 됐다. 하이마트가 롯데쇼핑에 피인수된 이후 계열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이 롯데하이마트 광고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롯데하이마트의 사례처럼 대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꼭 필요한 시너지 사업까지 '몰아주기'를 하지 말라고 비난할 수는 없으나 이런 광고 업종의 경우 더 나은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는 외부 업체가 종종 있는데도 현실은 다르다.
대홍기획의 경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전례없는 비판 여론이 거셌던 올해 2월 롯데하이마트와 광고대행계약을 맺었다. 앞서 '커뮤니케이션 윌'을 대신해 약 4개월간 하이마트 광고를 맡았던 미국계 유명 광고회사 'TBWA코리아'도 짧은 동거만 했을 뿐 분기 약 40억~50억원을 받는 하이마트 광고대행 업체 자리를 대홍기획에 내줘야 했다.
광고 뿐 아니다. 롯데하이마트의 일감몰아주기는 분기가 거듭될 수록 거의 전 사업영역에 걸쳐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에 피인수된 이후 롯데 계열사와 진행된 내부거래 금액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 73억원에서 6월말 190억원으로 증가했다. 9월말 기준으로는 295억원으로 늘었다.
롯데마트에 지불하는 임차료와 대홍기획에 지불하는 광고비가 포함된 수치다. 이 외에도 보험계약은 롯데손해보험으로 대거 바꾸었고 롯데카드 결제 비중도 높아졌다. 최근엔 하이마트로지텍과 하이마트쇼핑몰 등 그룹 계열사와 겹치는 영역의 소규모 계열사를 모두 흡수합병했다. 그 영역을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쇼핑이 대신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많다.
사실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는 롯데그룹 만의 사례는 아니다. 국내 광고업계의 경우 10대 광고대행사 중 대기업 계열사가 8개이고 이들 기업이 지난해 그룹 내 광고대행사에 일감을 몰아준 비율은 평균 86%에 달한다.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의 '광고회사 현황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7333억원(98.8%,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현대자동차는 2991억원(79.1%, 이노션 월드와이드), LG는 3765억원(77.3%, HS애드·엘베스트), 롯데는 2741억원(78.0%, 대홍기획), SK는 2473억원(80.1%, SK플래닛 M&C), 한화는 924억원(98.8%, 한컴), 두산은 568억원(99.4%, 오리콤)이었다.
그래서 이런 비난을 피해보려는 그룹이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주요 광고대행사 선정 작업을 경쟁입찰로 확대시켰다. 소형 광고회사가 맡은 새로운 그룹 이미지 광고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집단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계열사의 광고·SI(시스템통합)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7월 3500억원 규모의 물류·광고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이마트의 사례처럼 그룹 내부에서 일감을 적극 소화해 내려는 보이지 않는 꼼수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케이션윌과 같은 중소업체가 대기업과 공생하는 일은 적어도 롯데그룹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롯데 안팎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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