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현대엔지-엠코 합병' 복병 될까 1200억 주식매수청구 저울질…26일 이전 결론
길진홍 기자/ 이효범 기자공개 2014-02-07 08:16:5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6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 비용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 대금이 합병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1000억 원을 넘어 딜(Deal)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엠코와 합병을 결의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 주식매수청구를 검토 중이며, 합병 반대의사 접수 시한인 오는 26일 이전에 결론을 낼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30만주(7.4%)를 10년 넘게 보유 중이다. 지난 2003년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로부터 분할한 직후 주식을 최초 매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평가금액은 주당 40만 3586원이다.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21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주식 매입 원가는 액면가 수준으로 1000억 원 안팎의 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장기 주식 보유로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변수는 합병 계약 해지 조건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합병을 결의하면서 양사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이 각각 1000억 원을 넘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합병에 따른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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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주식매수청구로 합병이 틀어질 경우 산업은행은 오히려 투자금 회수 기회를 잃게 된다.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도 부담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소액주주 지분은 14.8%로 60만 주를 1000여 명이 나눠 갖고 있다. 평가금액으로 환산하면 2400억 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몫을 더하면 3600억 원으로 불어난다. 합병 계약 해제 조건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소액주주의 청구권 행사 주식이 25만 주를 넘어서는 안 된다.
산업은행이 제일 고민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합병 후 기업공개(IPO) 또는 재합병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다시 장기간 주식이 묶이면서 투자금 회수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등 투자지분 손실로 실적 개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정부 차원의 공기업 자산 매각 압박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사실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합병을 반대한 뒤 주식매수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합병을 가로막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주식매수청구대금이 1000억 원을 일부 초과하더라도 합병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중심의 가업 승계와 맞물려 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작년 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분할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계약 해제 조건에 걸렸으나 딜이 성사됐다. 현대하이스코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지급한 돈은 2660억 원이다. 이는 합병계약 해제 조건으로 제시한 20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 법인으로 합병 후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커 산업은행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들을 설득해 합병에 따른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게 숙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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