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07일 14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꽃다운 여고생들을 비롯한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충격과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건설업계에 성수대교 사고는 국가 공사 입찰제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원년으로 기억된다. 저가 수주에 따른 부실 공사가 사고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최저가 낙찰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공사이행능력 등을 심사하는 적격심사제가 1995년 최초 도입된다.
바야흐로 건설업계에 봄이 찾아왔다. 덤핑방지 명목으로 도입된 차액보증이 축소되고, 제한적 최저가낙찰제의 응찰 하한이 예정가격의 88%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가 100억 원에 발주한 공사를 못해도 88억 원에 따낼 수 있게 됐다.
시장가격을 반영한 원가에 순수공사비가 보장되면서 관급공사 인기가 치솟았다. 하도급업체에 일감을 주고도, 적잖은 돈이 수중에 떨어졌다. 너도나도 정부 공사를 하려고 줄을 섰다. 건설업이 호황기를 구가했다.
파티는 여기까지였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건설사들은 철퇴를 맞는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예산 절감을 이유로 최저가낙찰제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어 적정 마진을 보장하던 낙찰 하한율이 폐지됐다. 최저가낙찰제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적격심사 대상은 300억 원 미만 공사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정부는 예가 산정에 ‘실적공사비' 개념을 도입했다. 공사 원가 책정의 기초가 표준품셈에서 이전 계약단가로 바뀌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장가격과 예가의 격차가 커졌다. 구조적으로 도저히 이윤을 낼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마치 그 동안 떼인 세금을 회수하겠다는 것 마냥 정부의 입찰제도 손질이 잇따랐다. 당시 실적공사비 아이디어를 낸 정부부처 공무원은 포상을 받았다고 한다.
건설업계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났다. 국가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봤다. 다수 업체가 일손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이어갔다. 그래서 건설업계는 이를 ‘착취'라고 불렀다. 착취는 결국 담합을 낳았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의 폐해와 부작용을 알면서도 건설사들의 항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국가 권력의 '착취'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건설사들은 과연 담합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을 거스를 마땅한 논리가 없는 마당에 불합리한 시스템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건설사들은 앞으로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완전한 제도로 인한 부실시공 위험과 사회적 손실 비용 얘기를 꺼내는 일은 부질없는 짓인지 모른다. 그래도 묻고 싶다. 내일 제2의 성수대교 사고가 터진다면 그 땐 누구를 탓할 것인가. 또 그 처리 비용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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