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24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계는 사회 집단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사람이나 사물, 사건 등을 숫자로 나타내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유용한 근거가 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통계는 그러나 종종 조사방식, 표본선정에 따라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왜곡된 정보가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영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리는 이걸 ‘통계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최근 부동산컨설팅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 '통계 오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실률과 임대료 정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격 형성의 기준이 무너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정보가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전문중개법인 등 시장 참여자들을 고립시키고,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업계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빌딩주와 관계 등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벨은 최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갖고, 업계 속살을 들여다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여러 부동산컨설팅 전문업체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공실률과 실질 공실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일부 권역은 공실률이 20%를 넘었다. 과도한 렌트프리(무상임대)로 실질임대료와 명목임대료 간 격차가 30%이상 벌어진 지역도 있었다. 대부분 업체가 외부 발표와 다른 별도의 내부 자료를 갖고 중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표본조사의 한계를 호소했다. 우선 업체 간 표본수의 양과 질의 격차가 컸다. 전수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형 오피스빌딩 중심으로 통계가 잡히면서 시장과 괴리가 생겼다. 게다가 핵심 정보를 빌딩주인 임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통계 오류를 심화시켰다. 결국 자료 수집 단계에서 왜곡된 대형 오피스빌딩 정보가 전체 시장 동향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왜곡된 정보가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오피스빌딩 정보를 믿지 않는다. 이는 국가 신뢰도와 연결된다. 외국계기업을 임차시키거나 빌딩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좌담회는 대형 빌딩과 중소형 빌딩을 분리 조사해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업계 스스로 금기시돼 온 공실률과 임대료 정보 가치를 논하고, 대안을 찾는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본다.
오피스빌딩 시장 주도권은 이미 임대인에서 임차인으로 넘어왔다. 공급과잉과 맞물려 정보 투명성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게 분명하다. 시장 참여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