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OSI와 합병한 진짜 이유는 허인철 부회장의 조직장악 수단..'조직 효율화·성과주의' 접목 시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4-10-01 09:15: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30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여년 이상을 한 몸이면서도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던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OSI)이 합병을 하게 됐다. 두 회사간 합병은 과거 경영진에 의해 사실상 폐기됐던 사안이다. 회장실 폐지 등 오리온그룹의 변화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다시 합병안이 부각되고 실행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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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부회장은 올해 1월 이마트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사직한 뒤 7월 오리온 부회장에 영입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신세계그룹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렸으며 정용진 부회장 중심의 후계체제를 만드는 작업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인물이 불과 6개월여 만에 다른 그룹으로 이직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리온그룹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부에서 영입된 허 부회장이 그룹 변화를 주도하고 조직 장악력을 늘리기 위해 이번 합병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병을 한다 해도 어차피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왔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바뀌는 건 없다"며 "다만 오리온의 별도 재무수치나 실적수치가 크게 좋아지게 되는데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외부 영입 인사가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허 부회장은 부임 직후부터 오리온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회장실을 폐지했고 오리온그룹에서 깊게 뿌리를 내린 일부 임원들의 인사이동 조치를 주도했다. 담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묵인 아래 진행된 일련의 조치는 대부분 허 부회장 부임 이후 단행됐다.
특히 대표적인 오너 일가 참모로 알려진 한 임원의 전보조치는 오리온그룹 내부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사안으로 거론된다. 오리온그룹 다른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조차 견제하지 못한 인물이었으나 허 부회장에 의해 밀려났다"며 "허 부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리온과 OSI의 합병 작업 만해도 사실 그룹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가능성이 타진되던 사안이었으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담 회장 역시 "(오리온과 OSI가) 나누어져 있으면 서로 경쟁을 할 수도 있어 득이 될 수 있다"며 합병 건의가 올라올 때면 고개를 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뒤로 밀려나 있던 합병안은 허 부회장에 의해 테이블 위로 다시 올려졌고 실행됐다. 허 부회장은 일련의 인사 및 재무 정책을 통해 조직효율화와 성과주의 문화를 오리온에 접목시키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리온그룹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오리온에 가져다 줄 중대한 변화는 사실상 없고 합병은 외부 영입 인사들의 성과를 보여 줄 '쇼' 일 수 있다"며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담 회장이 지극히 몸조심을 하고 있는 상황도 허 부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담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가 일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을 정리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몸을 낮추는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신 허 부회장을 내세워 오리온그룹의 변화를 주문하고 허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줘 오리온그룹의 성장동력 찾기와 후계승계 문제 해결안 등을 찾을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허 부회장 영입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오리온그룹의 변화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룹 한 관계자는 "오리온의 체질을 바꿔 M&A(인수합병)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보수적 토양에서 한시적인 외부 인사가 얼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오리온은 오는 12월 1일자로 종속회사인 OSI를 흡수합병키로 지난 24일 결의했다. OSI는 1987년 설립된 법인으로 현재 20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생산 회사다. 오리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오리온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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