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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특명 "노는 팹을 없애라" 상저하고 패턴 극복 위해 프로덕트 믹스 전략 고심

권일운 기자공개 2014-10-24 08:55: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3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휴 팹(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설비) 최소화. '보릿고개'를 앞둔 LG디스플레이의 당면 과제다.

지난 22일 열린 LG디스플레이 3분기 실적발표회 말미에 김희연 IR담당 상무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마이크를 들었다. 김 상무는 최근 들어 내년 상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주가와 관련해 "팹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전형적인 '상저하고' 패턴을 나타낸다. 연초에는 1000억 원 안팎이던 영업이익이 하반기 들어서는 3000억 원대를 훌쩍 넘긴다. 올 3분기에는 4741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냈고, 4분기 실적은 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는 실적보다 조금 빨리 움직인다. 회사가 제시하는 가이던스와 증권업계의 리포트 등을 통해 다음 분기 이후의 실적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다 보니 주식 시장에서의 수급도 이에 맞게 이뤄지는 까닭이다. 최근의 주가 흐름 역시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실적발표 이전부터 반영됐고, 시장은 이미 그 이후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과 주가가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전자 업계가 안고 있는 숙명에서 비롯된다. 세트(완제품) 수요가 연말에 집중되다 보니 3분기와 4분기에 좋은 실적을 낸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이듬해 1분기 들어서는 고꾸라지는 패턴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만 보더라도 11월 마지막 주 추수감사절 무렵인 '블랙 프라이데이' 시기에 소비 심리가 들끓는다. 전자 업체들은 이 시기에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재고 소진에 주력한다. 소비자들은 각종 혜택이 집중되는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지갑을 닫는다.

수요 사이클은 모든 세트업체와 부품 업체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이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여기에 고객사 관련한 이슈가 추가된다. 예컨대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LG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요가 폭증하고, 신제품 효과가 사그라들 즈음에는 수요가 줄어드는 패턴이 나타난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역시 애플의 신제품 출시 사이클과 연동돼 움직인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940억 원, 2분기 16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별다른 위기감을 내비치지 않았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면 곧장 특수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 6를 출시하자마자 특수는 3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이폰 6 특수는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계절적 비수기가 다시 돌아오고, 아이폰 6의 신제품 효과마저 잦아들면 또다시 보릿고개를 맞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3분기 실적발표회에 참가한 일부 애널리스트들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비수기 대응 전략은 크게 △다양한 제품 수급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팹을 운영하고 △면적당 단가(ASP)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용 중소형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경우 대당 판매 가격이 높은 대형 패널 출하를 늘리겠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상무는 우선 내년 시장 전망이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적 수요는 언제든 발생하지만, 해당 연도의 계절적 수요가 다른 연도에 비해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김 상무는 "거시경제 상황을 볼때 볼륨(전체 출하량)이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상무는 "같은 종목을 편입한 주식 매니저들도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들어 프로덕트 믹스 전략에 따라 계절적 수요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유로는 △매년 디스플레이 패널의 대당 평균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32인치 등 특정 패널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출하량 조절 형태로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상무는 평균면적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얼마나 팹 운영을 유연하게 하는지에 따라 수익성의 차이가 커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가동률이 떨어지는 팹에 최대한 넓은 면적의 제품을 생산토록 해 계절성을 최대한 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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