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11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가고 있다. 세아베스틸과 본계약을 안정적으로 맺었고, 이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등 마지막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1월 경에는 모든 과정이 무리 없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포스코특수강 매각은 권오준 회장 체제를 막 출범한 포스코에게 상당히 의미심장한 딜로 마무리 될 듯하다. 우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올해 초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 내놓은 구조조정계획 중 가장 큰 매물이었지만 딜이 상당시간 늦춰졌다. 노조의 격렬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이번 딜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권 회장은 지배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향후 어떤 방안을 꺼내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구조조정 작업이 지속적으로 미뤄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였다. 칼을 빼 들었는데 무조차 자르지 못한 결과만 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매각전의 결말은 권 회장의 적절하고 현명한 대처를 잘 보여준 사례로 끝을 맺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포스코에 '득'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토록 반발하던 특수강 노조와 포스코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과거 삼미특수강에서 떨어져나와 인력 구조조정을 거쳤고, 9년간 임금동결 등 아픔을 겪었던 포스코특수강 직원들은 인당 2500만 원대(총 700억여 원) 위로금을 받게 됐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매각대금의 10%(1000억 원) 위로금을 외쳤던 노조의 요구를 적정 수준에서 잘 방어해 냈다.
포스코는 우리사주를 웃돈에 사들이며 과도한 위로금을 지급한 것처럼 보였지만 세아베스틸로 매각 합의를 이루면서 손실 발생 규모를 크게 줄였다. 여기에 20% 지분을 남겨두면서 기존 계획했던 IPO를 통한 이익의 추가 유입 연결고리를 이었다. 언아웃(Earn-Out) 조항까지 내걸어 추가 매각 대금 발생도 가능하게 됐다. 당장 유입될 자금만 6000억 원 가까이에 달한다.
특히 외형 확장에만 힘을 쏟았던 이전 CEO와 달리 알짜배기 계열을 매각해서라도 확실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고서라도 회사의 내실 다지기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신용평가사, 증권사들 역시 이를 이유로 포스코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당장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아직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평도 있다. 소소한 매물들은 차치하고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할 시기다. 권 회장 취임 후 지난 8개월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은 마중물일 뿐이다. 향후 보다 공격적인 조직개편과 자산 유동화 작업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권 회장이 외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 비전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권 회장 취임 후 지난 8개월간 그의 리더십과 결단에 밑바탕을 둔 포스코의 행보는 미래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첫 시작은 정부차원에서 밀어붙인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거절한 것이 됐다. 여기에 포스코특수강 매각은 조직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우울한 철강경기 전망 속에서도 돌아오는 2015년 한해가 포스코에 어둡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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