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CJ오쇼핑, 역외 보험대리점 설립 논란 규제우회 역외 금융업 진출 '꼼수' vs 홈쇼핑의 보험노하우 활용 바람직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21 08:55:12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0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오쇼핑이 역외에서 보험대리점을 설립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태동하고 발전한 홈쇼핑의 보험상품 판매 노하우를 수출할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긍정적 반응이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규제와 금융 감독 사각지대를 노린 '꼼수' 설립이어서 어느정도 규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일 "CJ오쇼핑의 보험대리점 설립 사례는 형식적으로 보면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를 이용한 것으로, 불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법을 우회하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설립하지 못하자 체제 밖에서 설립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규제 면탈 사례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두산그룹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보유 금지 규제 때문에 두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하게 되자 해당 금융계열사 지분을 동일한 지배력이 미치지만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법인에 매각했었다. 동원그룹은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할 당시 인수 주체로 동원시스템즈와 스타키스트를 내세웠다. 스타키스트는 해외법인이다. 다른 국내 법인이 동원시스템즈와 공동으로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 위반이었지만 스타키스트를 활용해 이 규제를 비켜갔다.

CJ오쇼핑의 신설 보험상품판매법인 지배구조

CJ오쇼핑의 이번 해외 보험대리점 설립도 마찬가지로 이런 지주회사 규제 면탈 사례다. CJ오쇼핑은 지주회사 CJ의 자회사이고 새로 설립하게 되는 보험상품 판매 법인(보험대리점)은 지주회사 CJ의 고손(高孫) 회사가 된다.

물론 CJ오쇼핑이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싶어하다가 규제로 막히자 의도적으로 해외에 보험대리점을 개설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축적된 홈쇼핑의 보험상품 판매 노하우를 살려 해외에서 실적을 내기 위한 일환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CJ오쇼핑이 다른 의도가 없었더라도 규제를 회피하는듯한 이런 사례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미래 어느시점에는 국내 지주회사들도 아무 거리낌없이 해외에서 은행 또는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성과가 커지면 욕심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는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와 금산분리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하는 상황이다. 제2금융권을 겨냥한 금산분리 제도 및 규제가 과한 규제라는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전이되는 위험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해외 금융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국내 제조업체가 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해외 금융계열사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국내에 들여와 위기를 넘기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역외에서 진행되는 일이므로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감독하기도 만만치 않다.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도 쟁점으로 지적된다. CJ오쇼핑은 해외에 보험상품 판매 법인을 세워 해외 홈쇼핑 채널을 통해 직접 보험상품을 판매하려 한다. 필연적으로 해외 보험상품 판매 법인의 이익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법인의 성과 부담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 국가마다 제도와 관례가 상이해 보험대리점 감독이 국내에서만큼 촘촘하게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대리점은 스스로 여수신 행위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건전성 이유때문에 너무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를 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다만 보험대리점은 영업행위쪽에서 문제가 많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홈쇼핑업계에서는 CJ오쇼핑의 해외 보험대리점 설립 사례를 "국내 홈쇼핑사업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인식에서 바라보고 있다.

[CJ오쇼핑] 해외 보험판매 사업 개념도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글로벌 사업을 하지만 딜레마 중 하나가 언제까지 후라이팬이나 밀폐용기 등의 상품만 팔 것이냐 문제에 당면하는데 빨리 패션, 화장품, 무형의 상품으로까지 카테고리를 넓혀서 전체 캐파를 키우고 정기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CJ오쇼핑의 방향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해외에는 거의 없고 국내에서 태동시키고 발전시켜온 영역"이라며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동안 축적시켜왔던 이런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해 국내 유통업체의 저변을 넓히고 해당 국가의 보험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CJ오쇼핑과 합자법인을 설립키로 한 시그나인터내셔날마켓(Cigna International Markets)의 아리얀 투어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시그나는 이번 CJ오쇼핑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그 동안 전통적인 보험상품 판매채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고객들이 보다 쉽고 편리한 방식으로 보험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측도 "대면영업 조직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보험사들이 과거 TV홈쇼핑을 통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전례를 비춰 볼 때 CJ오쇼핑의 이번 해외 시장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국내 보험사들에게 해외 진출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