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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자' 삼성물산, 중동으로 돌아갈까 [2015 승부수]호주 로이힐 대체 일감 확보 골몰...최치훈 사장 경영 시험대

길진홍 기자공개 2015-01-26 08:18:25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2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행사를 따로 열지 않았다. 평소 격식을 따지지 않는데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난 19일 열린 그룹 사장단 만찬 참석으로 대외 행사를 대체했다.

다른 기업처럼 경영전략과 화두 등을 들을 수 없지만 올해 밑그림을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최 사장은 지난 2013년 말 대표이사 취임 후 리스크 관리를 토대로 내실경영을 강조해왔다. 구체적인 사업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내부 소통과 윤리경영 실천에 더 힘을 썼다.

최치훈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그는 부조리한 입찰 담합관행과 선을 그었다. 단순히 양적성장을 위한 무리한 해외 수주를 지양하고, 양질의 일감 확보를 모색했다. 건설업을 '디벨로퍼'가 아닌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접근했다.

이 같은 최 사장의 행보는 일단 합격점을 받는다. 취임 초기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해외 사업 부실이 위험이 빠르게 해소됐고, 매출 실현으로 꾸준히 흑자를 냈다. 삼성물산은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해외 사업 위험 노출이 가장 덜한 건설사로 꼽힌다. 운전자본 증가로 악화됐던 현금흐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는 내실 성장을 뿌리내리는데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질 좋은 일감을 확보키로 했다. 단순 시공사에 탈피해 사업기획부터 엔지니어링, 운영,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사업 다각화 일환이다. 필요하면 글로벌 기업과도 손을 잡을 방침이다. 전반적으로 고부가가치 건설사로서 거듭나기 위한 체질개선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 신규 수주

다만 수주가 변수다. 내실경영과 외형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는 못했다. 작년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약 13조 원으로 전년대비 32% 줄었다. 해외 수주는 반토막났다. 수주잔고는 2014년 9월 말 현재 24조 9000억 원으로 5조 원가량 감소했다. 수주심사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일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수주잔고 감소는 미래 매출 부진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초대형 공사인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의 준공이 임박하면서, 대체 일감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도급액이 5조 3000억 원으로 지금까지 3조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 작년 매출의 15%가량이 로이힐 공사에서 나왔다. 최 사장이 취임 후 양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로이힐 공사 덕분이다. 연말 준공을 앞두고 단기간 내 외형축소와 영업이익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기존 진출국인 중동을 비롯해 미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진출국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년 전 LNG 저장시설 분야에서 특화된 영국 웨소사를 인수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과당경쟁 심화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호주 로이힐
<삼성물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현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삼성물산 거취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은 지배구조의 중요한 연결고리로 거론돼 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중심체제의 가업승계가 속도를 내면서 제일모직과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 디딤돌이 됐다. 지금은 이 회장의 지분이 1%대로 대폭 축소됐다. 아들인 이 부회장은 직접 지분이 없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우회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주가가 오르면 이 부회장에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 이 같은 지배구조 이슈로 시장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하지만 합병반대 등 주주반발 등을 생각하면 이 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배구조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 사장은 외형을 유지하고,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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