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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조' 대학로, 태평성대 속 '위기' [서울 상권 대해부]대형상권 발돋움…대형자본 유입 후 소극장 설자리 잃어

고설봉 기자공개 2015-05-21 10:23: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9일 0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0년대 젊은이들의 해방구이자 문화의 상징이었던 대학로는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는 대형복합상권으로 변해 구 도심권 대표상권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권을 떠받치고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점차 약해지며 위기에 직면했다.

대학로 상권은 원조 문화상권이다. 대표적인 문화컨텐츠인 공연문화가 상권을 이끌어간다. 집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문화적 요소가 상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상권이라 할 수 있다.

골목마다 들어선 소극장에선 다양한 연극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또 대형 영화관도 다수 진출해 순수예술부터 상업예술까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마로니에 공원 등 야외까지 이어지는 거리공연과 다양한 축제들은 수많은 인파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대학로 상권의 태동은 1975년 서울대가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시작됐다. 신촌 등에 흩어져 있던 소극장들이 대학로로 몰리며 상권의 기반이 마련됐다. 자연스럽게 소극장들이 들어서고 자유에 목말랐던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문화적 해방구 역할을 했다.

대학로 상권이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정부 주도로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고 대학로라는 명칭이 사용되면서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는다.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를 실시해 수많은 인파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성지로 발돋움하면서 서울 및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대학생들로 주말마다 사람이 넘쳐났다.

2004년에는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다양한 연령층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문화상권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화장, 문화예술진흥원 등 사적지와 낙산공원, 마로니에 공원, 그밖에 100여개가 넘는 다양한 규모의 공연장은 대학로의 정체성이다.

상권분석 전문가 이동열 어반에셋 이사는 "역사적 가치와 장소성이 충분한 곳으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이 모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최근 문화콘텐츠를 더한 '길 상권'이 대형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대학로 상권이 문화콘텐츠 상권의 원조"라고 말했다.

대학로 상권

대학로 상권의 지리적 범위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을 중심으로 대로변 양쪽으로 형성돼 있다. 혜화역 1,2번 출구지역인 동숭동권역과 4번 출구에서 성균관대입구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명길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대명길권역은 성균관대학교 입구 일대까지를 상권범위로 볼 수 있다.

대학로 상권을 이끌어가는 핵심권역은 혜화역 1번과 2번 출구에서부터 시작하는 동숭동권역이다. 깊숙한 골목안까지 공연장들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커피숍, 카페, 레스토랑 등 식음업종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공연문화를 접하기 위한 젊은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인구가 흘러드는 곳이다. 공연관람과 식사 및 여흥을 즐기기 위한 업종이 상호보완적으로 형성돼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시판매 업종이 적으며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해 성균관대 입구로 이어지는 대명길권역은 풍부한 유동인구를 배후로 먹자상권의 성격을 보인다. 건물 1층은 화장품매장과 커피전문점, 팬시매장 등으로 형성돼 있다. 이면지역까지 분식점, 고깃집, 호프, 맥주전문점, 푸전주점 등이 들어서 있는 전형적인 먹자상권이다.

성균관대학교 입구지역은 대학로의 공연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상권이라기 보다 재학생 위주의 학원가 상권이다. 커피숍, 패스트푸드, 분식점, 주점 등의 업종으로 형성돼 있다. 이 지역 유동인구는 동숭동권역에 비해 연령층이 낮은 편이다. 주로 10대~20대 위주의 젊은층이 주를 이룬다. 동숭동상권에 비해 형성돼 있는 업종과 객단가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대학로 상권의 임대료는 강남역 상권 못지 않다. 혜화역 4번출구 인근 대로변 1층 18㎡(5.45평) 매장은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00만 원이다. 동숭동권역 이면 중심가 1층 50㎡(15.15평) 매장의 경우 보증금 10억 원, 월세 2800만 원이다. 성균관대입구 사거리 1층 60㎡(18.18평) 매장은 보증금 10억 원, 월세 5000만 원이다.

하지만 대학로 상권에 계속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나친 상업공연 확대와 경기침체, 임대료 상승으로 순수공연예술장들이 위기를 맞으면서다. 1990년대~2000년대 공연문화를 이끌었던 소극장들이 잇달아 폐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연장들의 집단 이주까지 거론되고 있어 공연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대학로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 이사는 "상권을 이끌어가는 핵심요소가 약해지거나 결여된다면 외부 유입이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지역상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또한 막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본에 의해 상권이 끌려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그러나 대학로만의 다양한 공연문화와 컨텐츠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상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로 상권 임대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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