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자사주', 이재용 부회장 웃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자사주 더 늘어날 듯..오너가 의결권 확대 기여
박창현 기자공개 2015-05-29 08:51: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7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면서 향후 자사주 활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 전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렸던 제일모직은 또 한번 자기주식 취득의 기회를 잡았다. 자사주 비율이 높아질 수록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 승계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2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후 최소 2418만 8655주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전체 발행주식의 12.6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합병 존속법인 '제일모직'의 주당 합병가액 15만 9294원을 적용할 경우, 평가액만 3조 8531억 원에 달한다.
제일모직은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때부터 대대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해왔다. 상법 개정으로 비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이 허용된 2012년이 시작점이 됐다. 그 해 6월 삼성꿈장학재단 보유주식 4.12%를 포함해 삼성카드(3.64%), CJ(2.35%), 신세계(0.06%), 한솔케미칼(0.53%), 한솔제지(0.27%)가 들고 있는 자사주식을 주당 182만 원에 모두 사들였다. 총 매입 주식수는 21만 5704주였고 인수가격만 3926억 원이 넘었다.
이듬해에도 자사주 매입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 10만 6149주(4.25%)를 사들였다. 그 결과 제일모직 자사주는 38만 676주(15.23%)까지 늘었다. 이후 상장을 위해 50대 1 액면분할이 결정되면서 주식수만 1903만 3800주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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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수는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피합병법인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주식 184만 9850주가 합병 후 자사주으로 편입된다.
또 삼성물산이 들고 있던 자기주식도 합병 신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통합 합병법인 자사주가 된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 대가로 1주당 0.35주의 합병 삼성물산 신주를 배정받는다. 삼성물산도 자사주 형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른 주주와 마찬가지로 신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은 총 944만 487주(우선주 44만 9930주, 보통주 899만 557주)의 자기주식을 갖고 있다. 합병 비율에 따라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통합법인 자사주만 330만 5005주에 달한다.
결국 통합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자사주와 삼성물산 보유 제일모직 주식, 삼성물산 합병 대가 취득분 등 최소 총 2418만 8655주(12.64%)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사들야 할 주식도 모두 자기주식으로 보유할 예정이다. 자기주식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자사주 증가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배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현재보다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지분율 1.37%) 외에는 아무도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합병 후 이재용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총 42.15%에서 30.18%로 10%포인트 이상 줄어든다. 하지만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는 지분율이 34.52%까지 오른다. 또 향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의결권 주식이 줄어드는 만큼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2년 상법 개정 후 이뤄진 일련의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시도가 바로 지배구조 재편의 신호탄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 없이 지배력을 높였고, 더 나아가 지분율 희석 안정장치를 마련한 탓에 다양한 지배구조 재편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자사주 매입에 나섰을 때부터 지배구조 재편의 큰그림이 그려졌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자사주 매입으로 지분 희석없이 오너 일가는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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