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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로 끝난 '민영진 성공신화' 평사원·비주류 출신 사장, 국산 담배 자존심 지켜…부정 논란 '중도하차'

이경주 기자공개 2015-07-30 09:01: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9일 22: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영진 KT&G 사장(사진)은 평사원, 비(非) SKY출신으로 직원들에게 누구라도 능력이 있으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귀감을 줬다. 사장 취임 이후에도 외국 담배회사들의 추격을 막아내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민영진 사장
하지만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그간 일궈온 이력에 흠을 남기고 떠나게 됐다.

민 사장은 지난 29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KT&G 대표이사 사장직에 대한 사의를 밝혔다. 이에 따라 KT&G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거쳐 차기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민 사장은 건국대학교 농학과 출신이다. 1979년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1986년 KT&G 전신이었던 전매청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담장(2000년), 마케팅본부장(2004년), 해외사업본부장(2005년), 생산부문장(2009년)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24년만이다.

전임 CEO이었던 곽영균 전 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당시 곽 전 사장과 호흡을 맞췄던 이광열 상임이사는 고려대 농학과를 나왔다.

KT&G 한 관계자는 "민 사장은 평사원으로 '스카이'(SKY)' 출신이 아니어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라며 "KT&G가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 사장은 경영자로서 능력도 인정 받았다. 외국산 담배의 거센 추격을 막아낸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KT&G는 2000년대 초반 만해도 국내 담배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국내 진출을 확대하며 2009년 62.3%까지 주저앉았고, 민 사장 취임년도인 2010년에는 58.5%로 60%대 벽이 깨졌다.

KT&G 실적 및 담배 점유율


하지만 이후 점유율은 2011년 59%로 반등했고, 2012년 62%로 뛰었다. 2013년 61.7%로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2014년 62.3%를 기록하며 민 사장 취임 후 최고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2010년 당시 3조 4614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조 1129억원으로 6500억 원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조 1401억 원에서 1조1719억 원으로 300억 원가량 증가했다.

눈에 띄는 실적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국계회사의 추격을 막아내고, 이후 실적을 일궜다는 데 후한 점수를 받는다. 이 때문에 민 사장은 지난 2013년 연임에 성공했다. 역대 CEO 중에서 5년 이상 자리를 유지했던 사장은 전임 곽 전 사장과 민 사장뿐이다.

다만 여러 가지 부정(不正) 논란도 낳았다. 광고일감을 특정 인물과 관련된 회사에 몰아 준 것이 대표적이다. KT&G 계열사 KGC라이프앤진은 민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말 설립된 신생 광고대행사 '상상애드윌'에 일감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이 회사 대표는 김희중 전 청와대부속1실장과 처남 매형 사이로 알려졌다. 무혐의로 끝나긴 했지만 이 사실은 공교롭게도 민 사장 연임결정 시기에 맞물려 알려지면서 로비 의혹을 낳았다.

2013년에는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며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수십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엔 횡령 의혹으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는 최근 민 사장이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받고, 민 사장과 계열사 등의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 민 사장은 2011년 소망화장품, 바이오벤처기업인 머젠스(현 KT&G 생명과학)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민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사실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민 사장이 진실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의혹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T&G 관계자는 "민 사장이 취임기간 동안 기업 체질 개선과 국내 시장 방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임을 결심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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