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대한전선 매각 반대하는 우리은행 '소탐대실'

한형주 기자공개 2015-07-31 08:42:41

이 기사는 2015년 07월 3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전선 M&A와 관련해 대주단인 우리은행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전선 채권을 쥔 10개 은행 중 IMM PE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사실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대한전선 매각과 관련, 채권단 동의를 구하는 표결에는 우리은행만 불참했다. 우리은행은 지금껏 내부 여신심사위원회에 부의도 하지 않았다. 홀로 반대를 외쳐봐야 소용 없으니 비토(veto)를 행사하는 것이다.

무성의한 태도는 다분히 전략적이다. IMM PE가 제안한 인수구조는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을 포함한다. 이 상태에서 우리은행이 끝내 참여를 거부하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은행의 몫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우리은행을 뺀 모든 채권자들이 IMM의 인수에 찬성하지만, 뒤늦게 일부 은행이 "우린 못하겠다"고 뒷걸음칠지 모를 일이다. 한두 군데라도 이렇게 나오면 딜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매각자 간 불협화음은 IMM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도 된다.

우리은행은 왜 이같은 무리수를 두는 걸까. 첫째, 대한전선 매각이 시급을 다투는 사안임을 감안, 조금이라도 이익을 취해 보려는 포석일 수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채권단 간사인 하나은행 측에 "채권수익률 책정을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판단에 뭔가 더 얻어낼 요량으로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면, 의외로 막판 의기투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에게 주어진 매각 합의서 날인 기한은 오늘(31일)까지다.

둘째, IMM PE에 파는 게 싫은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거래에서 우리은행의 불만은 한두 개가 아니다. 다음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관계자의 대화내용 일부.

우리은행 : 대한전선을 왜 경매에 붙이지 않나. 더 좋은 조건에 팔 수도 있는데.

하나은행 : 안한 게 아니라 했는데 못판 것이다(작년 11월 공개매각 유찰). 그리고 다른 데 접촉해 봐도 IMM보다 인수의향이 떨어진다.

우리 : 채권만기 연장(5년)은 불가하다. 금리 인하(3.5%→2.5%)도 수용할 수 없다. 2.5%로 낮추면 역마진이 초래된다.

하나 : 5년 동안 전혀 안갚겠다는 게 아니다. 대한전선의 영업이익으로 갚긴 하는데 현재로선 캐시가 얼마나 나올지, 또 우발채무는 어느 정도인지가 확실치 않으니 시간을 좀 더 달라는 것이다. 지금 대한전선이 법정관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회생절차 들어가면 이자 한 푼도 못 건진다. 2.5%면 불합리하지 않다. 최근 기준금리 떨어진 것도 고려해야 하고…

우리은행이 다른 인수자를 원한다면 상황은 보다 비관적이다. 다시 처음부터 원매자를 물색하고 실사도 새로 해야 하는데 대한전선에겐 그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 자본잠식률이 100%에 육박, 관리종목에 편입된지 오래다. 내년 초까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체 없이 증시 퇴출이다. 연내 매각이 절실한 이유다. 해를 넘길 경우 기업회생절차까지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단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채권단이 차입금 원금 상환받기도 힘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스스로는 물론 대한전선이나 다른 채권은행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해 가며 얻고자 하는 게 뭔지 묻고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