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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합병=그룹해체' 현대그룹의 울분 현대상선, 아산·증권 등 지배…합병시 경영권 상실

박창현 기자공개 2015-10-30 07:44:0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9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 불황에 빠진 해운업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합병안이 사실상 현대그룹 해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현대그룹이 수용하기 힘든 카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의 대규모 손실로 전방적인 자구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면서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박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당국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 측은 최근 한진해운에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합병 권고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반면 거래 상대방인 현대상선은 정부 측으로부터 제안조차 받지 못했다. 정부가 한진해운을 거래 주체로 앞세우고 현대상선을 흡수합병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합병 시나리오 자체가 현대그룹 내부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진해운과 합병은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를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 지주회사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증권 지분 22.43%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아산과 현대유엔아이 지분도 각각 67.58%, 27.28%씩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과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등 현대그룹 오너 일가는 가족 회사인 현대글로벌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을 자회사로 두면서 '현정은 회장→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증권/현대유엔아이'로 이어지는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이 현실화되면 현대그룹 오너 일가는 현대상선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양사 시가 총액이 1조 2000원 대로 엇비슷하기 때문에 오너가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신규 자금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자금여력을 갖춘 한진해운 중심으로 자본 확충 작업이 이뤄질 경우 자연스럽게 사업 주도권과 경영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해운업 포기 뿐만 아니라 그룹 해체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그룹 측은 합병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자구 계획을 세우고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음에도 그룹 핵심 계열사 매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데 대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수년간 엄청난 비용을 치뤄왔는데 업황 부진으로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업계 라이벌인 한진해운과의 합병설로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합병 논란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추가적인 자구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대상선 매각은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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