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특수은행]덩치는 '곰', 문제는 수익성[농협은행③]총자산순이익률 6개 은행 중 6위…이경섭 행장 변화줄지 관심
한희연 기자공개 2016-01-13 10:20:41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일 이경섭 신임 NH농협은행장의 취임 일성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였다. 출범 5년차를 맞이하지만 농협은행의 수익창출력은 커지는 자산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내부적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저성장 등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과창출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경섭 호는 수익성 제고 목표를 달성해 삼류은행으로의 추락을 막을 수 있을까.
농협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225조 7000억 원으로 2014년 말보다 10% 가까이 성장했다. 자산규모로만 보면 업계 수위를 다투는 규모지만, 수익성은 아직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3년 1736억 원에서 2014년 3385억 원, 2015년 1~9월 중 4316억 원으로 증가율 측면에선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농협은행의 4000억 원 대의 순익은 시중은행의 한 분기 순익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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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의 9월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7%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 중 가장 낮다. 시중은행 평균인 0.4%대와 편차도 크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의 2015년 9월 말 기준 ROE는 2.72%로 전년말보다는 올랐지만 업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갖고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덩치는 크지만 대부분 점포가 지방에 포진해 수도권에 점포가 집중된 시중은행에 비해 유동성 활용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정책은행 성격도 갖고 있어 STX조선 등 부실 여신기업 충당금으로 인한 예상 손실도 크다. 수익성을 올려야 하는데 벌어놓은 돈을 갉아먹는 요인이 산재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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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농협중앙회는 계열사로부터 명칭사용료를 지급받아 농업인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2014년에 명칭사용료로 2926억 원을 지급했고 2015년에는 3052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며 "향후에도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명칭사용료 지급이 예상되고, 농협중앙회의 핵심 계열사로서 이런 비용부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NIM수준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저금리기조가 심화되면서 은행권의 기본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행 역시 수익성 지표가 약화되고 있다"며 "2015년 1~9월의 순이자마진(NIM)은 2.0%, 예대금리차(NIS)는 2.2%로 2011년(NIM 2.2%, NIS 2.6%) 이후 하향세며 최근 국내 기업의 재무안정성 저하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저하 등에 따른 대손비용의 증가 우려가 있어 단기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이어 "설립 목적상 수행업무에 정부의 농업정책에 입각한 공공적 특성이 혼재돼 있으며 정책성 업무수행에 따른 열위한 비용 효율성, 농협 브랜드 사용료 지출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익성은 일반은행에 비해 열위하다"라며 "다만 농협중앙회에서 분할됨에 따라 지도·경제 사업부문에 대한 직접 지원부담이 완화됐고, 농협중앙회에 남게 된 상호금융부문 지원부담이 경감됐으며, 금융지주회사 체제전환으로 경영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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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위기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출범 5년차를 맞는 농협은행은 일류 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 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불명예스럽게도 출범 이후, 농협은행은 단 한 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협은행은 올해 야심차게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으로 정한 5가지 전략과제 중 첫 번째가 '이익 극대화(Profit Boost)'일 정도다. 구체적으로 △수익성 중심의 전행 경영관리체계 강화 △자산·부채 포트폴리오 최적화 △비이자이익 제고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손익목표달성위원회' 운영이다. 올해부터 목표 손익 달성을 위한 상시 관리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경영기획본부장(부행장)이 위원장을 맡아 전반적인 정책을 컨트롤한다.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게 중점관리 부문별 '실무관리반'도 운영, 실천력을 높일 방침이다.
수익 다변화에도 적극적이다. 펀드·신탁·방카슈랑스 등 핵심 수수료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펀드의 경우 경쟁은행 펀드수익률 관리 벤치마킹으로 '고객관리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 신탁의 경우 ELT를 주 수익원으로 육성하는 등 세부 계획도 세워 놨다. 이밖에 모바일전문은행 기능을 갖춘 스마트금융센터를 운영하거나, '신 글로벌 전략' 등을 세워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범 5년차를 맞는 농협은행이 효과적으로 정착하려면 앞으로 2~3년 정도가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은행들이 엇비슷한 수익성 강화 전략을 내놓고 있는 시장에서 이경섭 행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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