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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특수은행]'민영→국책' 변신, 비은행 계열사 '불똥'[산업은행④]KDB생명 투자자 외면…증권·캐피탈도 매각시 부작용 우려

안영훈 기자공개 2015-12-21 09:00:00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7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잦은 정책 변화와 내부 준비 미흡으로 기로에 선 계열사는 산업은행 한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영화 추진'에서 '국책은행 회귀'로 정책이 변경되면서 KDB생명·산은캐피탈 등 산업은행 자회사의 정체성 혼란은 극에 달할 정도다.

지난 2008년 MB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산업은행은 민영화가 예정된 금융회사로 자리매김을 했고, 조직 구성 및 정관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변경할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듬해인 2009년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업무 일부는 한국정책금융공사로 넘어갔다. 같은 해 상업금융화를 노린 지주회사 산은금융지주가 출범했다. 산은금융지주는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맡았고 산업은행은 산은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으며 소매금융을 확대시키고 정책금융을 축소시키는 변신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KDB대우증권, 산은캐피탈, KDB자산운용, KDB인프라 등이 산은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고,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넘어 온 KDB생명도 산업은행 식구가 됐다. 사모펀드(PEF) 를 통한 지배로 말이 산업은행 계열이지 KDB생명도 후일 민영 산업은행의 자회사 자리를 예약한 상태였다.

산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정책은 180도 바뀐다. 2013년 8월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정책금융 재편 방침을 발표하며 산업은행 민영화 정책을 뒤집었다.

'국책은행으로의 회귀'로 방향이 잡히면서 상업 베이스 계열사인 KDB대우증권, KDB생명, KDB캐피탈, KDB자산운용 모두 매각대상으로 정해졌다.

산업은행이란 울타리가 한순간 사라지자 당장 상업 베이스 계열사는 달라진 환경에 맞서야 했다. 산업은행 계열사로 시너지 창출 전략에 몰두했다가 한순간 독자생존에 나서야 되는 처지가 된 것으로, 계열사 중 가장 타격이 컸던 곳은 KDB생명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 계열 편입 이후 산업은행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이 이끌어 왔다. 산업은행 계열 편입 3년간 7124억 원의 자본증액과 5006억 원의 무상감자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자본부족 현상을 겪었다.

특히 2013년 8월 산업은행 정책금융 재편 방침 발표 당시엔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적은 저조했지만 산업은행 계열이란 명목 하나로 KDB생명 후순위채의 안정성은 높게 평가받았지만 매각 방침이 결정되자마자 KDB생명은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실제로 당시 수요예측 직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산업은행 정책금융 재편 방침 이후 이뤄진 수요예측엔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필요한 자본을 지원받지 못하고 시장에서의 고금리 조달에 의존하다 보니 비용부담은 증가했고 이는 다시 실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했다. 2017년 PEF 만기도래에 따라 지난해부터 매각에 나섰지만 KDB생명은 결국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다.

매각이 이뤄져도 상황 개선은 쉽지 않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계열에서 벗어날 경우 당장 신뢰도 하락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이 경우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사채발행평가 등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된다. 영업시장에서도 조직의 이탈, 영업력의 하락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 2871억 원의 산업은행 증자로 위기를 넘기며 승승장구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 해운시장 부진 등으로 이전같지 못한 산은캐피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과 함께 선박금융 등 정책자금 지원의 창구였다. 과거엔 정책자금 지원으로 발생한 리스크로 손실이 나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바랄 수 있었지만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선 리스크를 나누어 짊어질 우군이 없다. 그나마 산업은행 자회사 프리미엄으로 신용등급 'AA-'를 기록, 시장 조달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각시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할지 미지수다.

매각 본입찰이 코앞에 닥친 KDB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도 미래의 불안은 한가득이다. 매각 이후 합병 구조조정시 진통은 불가피하고, 산업은행을 벗어난 후 인수금융 역량을 유지해 나갈지도 두고봐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란 울타리는 튼튼했고 평온했다"며 "이제 찬바람이 몰아치는 야생 초지로 갑작스레 쫒겨나기 일보직전인데 준비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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