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옛 세무조사 '베일' 벗었다 국내외 법인 수수료 낮추기 집중 점검…'L사' 거래내역 조사, 추징금 '불발'
김장환 기자공개 2016-03-07 08:21:01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4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세청이 2013년 벌였던 호텔롯데 세무조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화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조사다. 베일에 쌓여있던 'L투자회사(L사)'와 호텔롯데가 지분상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조사 당시 양사의 자금흐름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거론됐다.실제 2013년 벌어진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은 호텔롯데와 대주주 및 해외 종속회사 등의 자금거래 내역을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L사를 향한 자금흐름도 살펴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추징금에 L사와 연계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2013년 세무조사 후 추징금을 부과받은 호텔롯데가 2014년 3월 심판청구를 제기해 진행해온 불복절차에서 일부 사안은 세액 경감을 최종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하는 결정을 최근 내렸다. 2014년 말 쟁점 사안들에 대한 재조사 결정이 내려지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불복절차다.
국세청이 당시 세무조사에서 문제를 삼았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해외 법인들에 제공한 지급보증수수료 및 브랜드 사용료를 호텔롯데가 과소수취해왔다는 점 등이다.
지급보증수수료 과소수취 문제는 해외 수십개 계열을 대상으로 제공한 대출금 지급보증과 관련 적정 세율을 적용한 이자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기됐다. 국세청 내부 기준인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 모형'을 적용하면 0.87~2.84%대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이를 0.1~0.5%대로 크게 낮춰 받아왔다.
장기간 수수료를 낮춰 받은 것은 그만큼 호텔롯데의 이익을 낮추는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이익을 토대로 세무당국에 납부하는 법인세가 이로 인해 몇 년간 과소 책정됐다. 2013년 세무조사를 거친 국세청은 정상가격 모형을 토대로 이익을 재산정하고 축소된 세금을 추가 과세했다.
국세청은 해외 법인들로부터 받아야 할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 역시 호텔롯데가 비슷한 방식으로 수년간 낮춘 것으로 판단했다. 상표권 사용액은 해당 상표 사용 계열이 거둬들인 연간 총 매출에서 몇 퍼센트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가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주체다.
호텔롯데는 국내외 롯데리아와 롯데면세점 법인으로부터 받아온 브랜드 사용료를 크게 낮춰왔다. 여타 브랜드 사용 계열에는 통상 1~4%대로 수수료를 적용했음에도 이들 계열에는 0.15~0.45%까지 수수료를 깎아준 것으로 세무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2013년 세무조사를 거쳐 관련 세금도 호텔롯데에 부과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는 국세청의 판단이 모두 맞다고 보지 않았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호텔롯데에서 해외 계열에 적용한 지급보증수수료가 해외, 특히 금리가 크게 낮은 일본 현지 법인 대출 이자율을 적용해 낮춰왔던 것이 맞다면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며 "다만 호텔롯데가 제시한 증빙자료가 부실했기 때문에 전부 인정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상표 사용료 역시 비슷한 판단을 받았다. 롯데리아에 대한 수수료 감면은 인정을 받았지만 면세점 사업에서 받아온 로열티는 부당하다고 봤다. 앞서 관계자는 "같은 '롯데'란 상표의 사용료임에도 롯데리아와 롯데면세점의 수수료가 다르게 책정됐다는 점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며 "그 결과 롯데면세점에 보다 수수료를 낮춰준 것은 잘못됐다고 보고 관련 쟁점에는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호텔롯데의 해외 계열사들에 대한 수수료 등 문제를 조사하면서 최대주주인 L사에 대한 배당금 등 내역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호텔롯데가 수수료를 과소수취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낮춰 세액을 줄였던 사안들인 만큼 배당금 역시 이로 인해 줄었다고 판단했다. L사와 관련된 추징금이 발생하지 않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중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호텔롯데의 세무조사 여부를 검토해왔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사가 호텔롯데를 거느리는 기형적 지배구조 탓에 일본으로 해마다 배당금 등을 비롯한 거액의 국부가 비정상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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