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로 출발한 밸런스펀드, 키 플레이어 될 것" [취중FUND談] ②배준범 한국밸류운용 자산운용1본부장
최필우 기자공개 2016-10-31 09:46:00
[편집자주]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냉정하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앞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시 수익률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간다. 펀드 좀 운용한다는 '고수'들을 만나 펀드 '희노애락'을 들어본다. 인터뷰 대상은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 동일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7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밸류운용을 말하면 누구나 이채원 부사장을 떠올린다. 회사 대표펀드는 명백하게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이다. 하지만 대표펀드라고 해서 시장 모든 국면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플랜B'가 필요하다. 밸런스펀드는 '10년 투자주식1호펀드의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언젠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배준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자산운용1본부장(사진)은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증권투자신탁(주식)'을 기획하고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장본인이다. 회사 대표펀드에 가려지긴 했지만 한 때 수탁고가 3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의 대형펀드였다.
잘 나가던 밸런스펀드는 작년 한 해 수익률이 마이너스(-7.51%)를 기록하고,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최근 성과 반등을 이끌고 있는 배 본부장을 지난 25일 만나 밸런스펀드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간의 부침에 대해 들어봤다.
◇정체성 논란 밸런스펀드, 이채원 부사장 신뢰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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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본부장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를 보완하고자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펀드 기획을 시작했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종목을 장기간 담는 가치투자 철학을 공유하면서 시장 전체가 아닌 섹터별로 저평가 주식을 선정하는 전략을 추가했다. 특정 업종 강세장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밸런스펀드에 낙관적인 전망만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밸류운용 정체성에 반하는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구성원도 많았다.
"처음 밸런스펀드 콘셉트를 꺼냈을 때 회사 내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획할 때는 경기민감주 비중이 70%에 달해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 회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에는 이 부사장의 신뢰가 있어서 통과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외부에 가치투자 설명을 이 부사장 다음으로 많이 하는데 그만큼 가치투자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기획한 펀드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1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3월 출범한 밸런스펀드는 작년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중소형 성장주 강세 속에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와 동반 수익률 부진에 빠졌다. 한국밸류운용 간판 펀드 부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출범한 밸런스펀드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밸런스펀드는 업종을 골고루 가져가다보니 각 섹터를 대표하는 대형주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형 가치주를 갖고 있어 중소형 성장주가 올라갈 때 취약한 구조다. 전체 운용자산이 3000억 원에 달했을 때 절반 정도였던 기관자금이 100억 원만 남고 모두 빠져나갔을 때는 허허벌판에 있는듯 한 기분이었다."
배 본부장은 작년의 부진을 시행착오로 삼겠다는 각오다. 작년 한 해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밸런스펀드는 올해 들어 대표클래스 기준 연초 후 수익률 3.93%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은 투자했던 삼성전자, 포스코, 하이닉스 등이 예외없이 부진하는 등 시행착오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올해는 저평가된 경기민감주를 가져가는 전략이 통했다. 작년과 올해를 거치면서 한번 더 보완할 투자 전략을 구상 중이다"
◇"가장 닮은 펀드·최대 경쟁상대는 '신영마라톤펀드'"
배 본부장이 201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밸런스펀드를 준비할 때 '동부진주찾기증권투자신탁1[주식]'을 운용했던 김광진 전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펀드 내 업종 비중을 전체 시장과 유사하게 가져가고 업종별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김 본부장의 전략이 배 본부장이 추구하는 콘셉트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섹터를 맡아 기업설명회를 다닐 때 같은 섹터를 맡고 있던 김 본부장과 알게 됐다. LG트윈스 골수팬이라 넥센히어로즈 팬인 김 본부장과 야구 얘기를 하면서 더 친해졌다. 김 본부장이 회사 그만둘 때 사용하던 전략을 가져다 써도 되냐고 물어봤다. 매니저가 바뀌면 펀드 콘셉트가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라질 전략으로 봤기 때문이다"
밸런스펀드를 만들면서 김 본부장의 펀드를 벤치마크 했다면 현재는 어떤 펀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을까. 배 본부장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운용하는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1(주식)'을 꼽았다.
"기업설명회를 가면 한국밸류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을 같은 테이블에 앉히곤 한다. 그 때마다 허 부사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느낀다. 보통 가치투자는 미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스타일인데 미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선택 종목이나 펀드유사도 점수를 보면 밸런스펀드와 가장 닮은 펀드가 신영마라톤펀드로 나온다"
배 본부장은 밸런스펀드 최대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신영마라톤펀드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이 부사장과 달리 허 부사장은 대형주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배 본부장도 업종별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다 보면 대형주를 많이 담게 되는데 콘셉트가 유사한 만큼 신영마라톤펀드를 의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요즘도 대형 판매사와 미팅을 가지면 여지없이 신영운용이 언급된다고 한다. 배 본부장은 한국밸류운용과 신영운용의 라이벌 구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허 부사장은 경쟁사를 이끌고 있기도 하지만 한국밸류펀드 고객이기도 하다. 가끔 자기가 맡긴 돈 관리 잘하라며 농담을 건낼 정도로 편한 사이다. 가치투자하면 한국밸류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떠오르게 된 만큼 건전한 경쟁 관계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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