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되는데 한국은 왜 안되나" [신탁업 활성화] ⑫신탁업 TF, 日 교육자금증여신탁 등 논의…"필요하면 도입 검토"
김현동 기자공개 2017-01-12 09:10:00
[편집자주]
신탁업 시장이 70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6년간 신탁수탁고 성장률은 총 82%, 연평균 11%나 된다. 같은 기간 펀드시장의 성장률이 총 27%, 연평균 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탁업 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신탁업은 특정금전신탁과 금전채권신탁 위주로만 성장했다. 종합 재산관리서비스라는 신탁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신탁업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이슈들을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9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탁업 개선 TFT에서 제기됐던 토픽 중 하나는 일본과의 비교다. 국내의 신탁법과 신탁업 체계가 일본에서 도입됐는데 일본과 비교했을 때 신탁업이 너무 뒤쳐졌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교육자금 증여신탁, 결혼·육아지원 신탁 등 신탁을 통한 고령화 대응에 적극적인데 국내에서는 신탁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신탁업 개선 TFT 참가자 다수는 국내에서도 일본의 교육자금 증여신탁이나 결혼·육아지원 신탁 같은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고령화 사회 대응 차원에서 교육자금 증여신탁과 결혼·육아지원 신탁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를 통해 세대 간 부의 이전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동원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세제개정을 통해 직계존속이 교육자금을 증여신탁할 경우 증여세를 비과세했다. 2013년 4월 신탁은행을 통해 관련 상품이 출시됐고 교육자금 증여신탁 수탁고는 2014년 3월 말 6만 7073건, 4476억 엔에서 2016년 3월 말에는 16만234건, 1조 925억 엔으로 2년 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15년에 신설된 결혼·육아지원 신탁은 직계존속이 20세 이상 50세 미만의 자녀를 대상으로 결혼, 육아 지원 등을 위해 증여할 경우 1000만 엔을 한도로 증여세를 없앴다. 결혼·육아지원 신탁 수탁고는 2016년 3월 말 현재 4471건, 100억 엔에 달한다.
교육자금 증여신탁, 결혼·육아지원 신탁 도입 이후 신탁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2007년 이후 7년째 800조 엔의 벽을 넘지 못하던 신탁 수탁고는 2014년 3월 말 852조 엔으로 늘어났고, 2016년 10월 말에는 994조 엔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배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의 신탁시장은 GDP의 0.3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아래 '일본의 신탁시장과 GDP 추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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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의 신탁 활성화 정책은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 일본은 2007년 전면 개정한 신탁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자기신탁, 수익증권 발행신탁, 사업신탁 등을 도입했다. 유언대용신탁, 수익자 연속 신탁에 관한 규정도 신설했다. 앞서 2004년에는 신탁업법을 개정해 금전, 유가증권, 금전채권 등으로 한정돼 있던 수탁가능 재산의 제한을 없앴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의 신탁 시장은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의 구분이 없는 포괄신탁 중심으로 성장하게 됐다. 국내 신탁업이 특정금전신탁에 편향돼 성장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아래 '일본의 신탁 수탁고 추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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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서둘러 신탁업법과 신탁법을 개정한 것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 차원이 강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퇴직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장기적이고 개별적인 자산관리 욕구를 해소시켜주려는 정책적 산물이었다. 퇴직연금 등 퇴직자산 운용 차원과 함께 생존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보장, 개인사업의 승계 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탁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일부 신탁상품에 대해 집합운용을 허용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외국계 금융회사 사람들은 똑같은 전업주의 체제면서 일본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서는 왜 안 되는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국내 당국도 일본의 교육자금 증여신탁이나 결혼·육아지원 신탁의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일본의 제도가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면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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