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아우라' 이광구 우리은행장 연임하나 [우리은행 차기 리더는]검증된 경영능력·민영화 성과 강점 분명…미래비전 보완 과제
정용환 기자공개 2017-01-19 10:21:21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9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우리은행장 레이스는 이광구 행장에게 가장 유리한 판이다. '민영화 성사'라는 결과만 놓고 봐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이 행장이 보여온 리더십을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다만 이 행장이 지금까지 내세웠던 핀테크 전략, 글로벌 전략 등이 과연 효과적인 미래비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이 행장이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지적된다.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 검증된 경영능력, 미래비전, 리더십 등을 꼽았다. 아울러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와 한일은행·상업은행 간 구태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만한 조직관리 능력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봤을 때 후보 지원자들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이 행장이다.
이 행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은 지난 2년 간 충분히 검증됐다. 2014년 12월 이 행장은 취임 당시 '민영화 달성, 강한 은행 만들기, 금융산업 혁신 선도'를 3대 핵심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핵심 목표를 빠르게 이뤄내기 위해 스스로의 임기도 기존 행장들에 비해 한 해 줄여 2년으로 잡았다. 이 행장은 임기동안 실제로 민영화를 달성한 강한 우리은행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 임기동안 고질적인 약점이던 자산 건전성 부문을 크게 개선하며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 행장 취임 당시 2.12%던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07%로 절반까지 줄었다. 9월 말 기준 NPL커버리지비율도 159.8%로 취임 당시(98.9%)보다 60.9% 상승해 과거 대비 상당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같은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이 지난 9월 말 기록한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 1059억 원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당기순이익 1조 592억 원을 넘어섰다. 자산건전성과 순익 개선세는 지난해 4분기까지도 이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전부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4분기 자산건전성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전분기와 전년 대비 나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 행장의 공백 가능성을 CEO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정부의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지난해 말 한 때 1만 3350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우리은행 주가는 임추위 기자간담회 직후인 지난 5일 1만 23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차기 행장 레이스 시작과 동시에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우리은행 주가는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연임 가능성이 높은 이 행장도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 이 행장과 더불어 민영화의 성과를 누릴만한 경쟁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실무적인 영역에서 여타 임직원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임추위는 이들의 성과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비전에 있어 이 행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위비 플랫폼이 내용이 없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위비 플랫폼이 실질적인 메신저 수요층을 끌어당길 수 있는지, 미래 먹거리로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은 이 행장이 임추위에서 증명해야 할 숙제다.
미래 비전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글로벌 전략에 있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우리은행은 현재 250여 개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연내 5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글로벌 전략 담당 임원은 "네트워크를 양적으로 늘리는데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내실을 다지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민영화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차기 행장 후보다. 직원들도 경영의 연속성 유지 측면에서 이 행장의 연임을 바라는 눈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어떤 후보가 행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은행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면서도 "이 행장이 연임한다면 예측가능한 경영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에 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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