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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살아남는 법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7-10-19 08:23:27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8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화기 너머 연신 거친 말이 이어졌다.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해 통화를 더 지속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었다. 몇 초 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다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서너 번 통화가 반복됐다.

몇 년 전 건설부동산 업계를 담당하던 때의 일이다. '한국GM, 영등포 정비공장 매각 추진'이란 기사를 내보낸 그 하루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중 한국GM 노동조합 간부라는 몇 사람과의 통화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노조 간부라고 밝힌 한 사람은 다짜고짜 '기사의 출처'를 물었다. 그는 "이거 확실한 거냐"며 "정비공장 매각은 정비사업소 폐쇄를 의미하는데 노조 동의 없이 본사에서 이렇게 추진하고 있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노조는 가만있지 않았다. 정비공장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도 전에 한국GM 본사는 꼬리를 내렸다. 몇몇 곳의 부동산중개법인을 통해 진행됐던 시장 가격 평가는 중단됐다. 비공식적으로 만들어졌던 매각제안서들도 시장에서 모두 거둬들여졌다.

시간이 흘렀고 한국GM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정비공장 한 두곳을 팔아서 해결하기에는 부실이 너무 커졌다. 보유한 유형자산 대부분을 팔아야 할 만큼 한국GM의 빚은 심각한 수준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않다. 연이은 '한국 철수설'과 내수판매 부진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최근 쌍용자동차에 밀려 내수시장 판매량은 4위로 내려앉았다. 판매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수년 간 누적된 적자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 속에도 한국GM은 끊임없는 노사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한국GM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노조가 신임 사장이 올 때마다 길들이기 위해 강경하게 투쟁하고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경영진들도 매번 노조와의 파워게임에서 지지 않기 위해 더 강하게 노조를 압박하면서 노사분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판매량이 더 떨어지고, 손실이 더 불어날수록 '한국 철수설'은 더 힘이 세질 것이다. 노사가 서로 싸우는 동안 경쟁업체는 한층 더 성장했다. 8년 간 원만한 노사협력으로 전력투구한 쌍용자동차는 한국GM을 뛰어넘었다. 협력과 화합이 한국GM의 살길이다. 쌍용자동차처럼 노사가 똘똘 뭉쳐 정상화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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