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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신상필벌 깨진 삼성 인사

김성미 기자공개 2017-11-07 08:15:01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6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경영쇄신을 위해 용퇴의사를 밝혔지만 2일 발표한 2018년 사장단 인사에서 되레 회장으로 승진했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역시 소비자가전(CE)부문장과 IT·모바일(IM)부문장을 자진 사임하기로 했지만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맡던 김현석 사장은 CE부문장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여기에 그동안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생활가전사업의 수장도 겸직하게 됐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문책성 인사 조치도 거론됐던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은 사업부장과 함께 IM부문도 총괄하게 됐다.

2년 만에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보면 삼성은 당분간 혁신보다는 안정에 중심을 두려는 모양새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큰 폭의 변화보다는 '삼성맨'들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전 사업부문장들은 계속 회사에 남아 후임양성을 하게 됐다.

부품(DS)·CE·IM 등 부문장 전부를 교체해 조직 쇄신을 꾀했다고 하지만 새로 부문장이 된 이들은 전임 부문장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2인자들이다. 신상필벌이라는 삼성의 인사 기조에 비춰보면 자칫 연임이 어려울 수 있던 사업부장도 부문장까지 맡게 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이름을 올린 이들을 두고 뼛속까지 삼성맨이라 평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들의 혈관에는 삼성을 상징하는 색인 '파란 피'가 흐른다고 한다. 이들은 10여년 연속 유지해온 글로벌 TV 1위 명성이 흔들리는 위기도, 이례적인 배터리 폭발 사고의 여파도 결과적으로 피해가게 됐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에게는 변화의 기수가 될 스타인재보다는 삼성을 아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대내외적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계 일류라는 삼성의 기업정신을 갖고 사업을 이끌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삼성의 상황과 달리 IT 시장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삼성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10년 후에도 글로벌 IT 선두 기업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TV, 가전, 스마트폰 다음을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울 뿐이다.

단 7명뿐인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사장은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영원한 1등, 세계 최고'라고 써두었다. 여기에는 자부심 못지않게 절박함도 섞여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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