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고 이사장 겸직…박삼구의 '박성용 지우기'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금호아시아나그룹]⑤선대 회장서 공익사업 기틀, '그룹 재건' 대표권 제한
고설봉 기자공개 2017-12-14 08:36:00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7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고(故) 박인천 창업회장이 세우고 장남인 고 박성용 제2대 금호그룹 회장이 일으켰다.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버지와 형들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러나 그가 걷는 길은 선대와는 달랐다.박 창업회장 이후 그룹 회장과 재단 이사장은 형제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맡는 자리였다. 일종의 형제간 공동체제로 운영되던 옛 금호그룹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났다. 한 명이 그룹 총수로 경영전면에 나서면 다른 한 명은 재단 이사장을 맡아 형제간 힘의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으로 그룹의 바통이 넘어오면서 이러한 전통은 깨졌다. 박 회장은 2002년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약 3년여 만인 2005년에 재단 이사장에 올랐다. 이후 현재까지 12년여 동안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재단은 아버지와 형들의 무대였다. 박 창업회장이 초대 재단이사장을 지냈고 차남 박정구 3대 회장이 두 번째, 박성용 2대 회장은 세 번째로 재단이사장에 올랐다.
박 회장은 오랫동안 재단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박정구 2대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고 박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2002년에서야 최초로 재단 이사로 등재된다. 그러나 이사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04년 재단 이사진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2005년 맏형인 박상용 2대 회장이 타계하면서 박삼구 회장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약 1년여 간 공백기를 거친 박 회장은 곧바로 재단 이사로 부활한다. 박상용 회장의 후임으로 그해 7월 이사장에도 오른다. 이후 현재까지 박 회장은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사장에 오른 박 회장은 약 4개월 만인 2005년 11월 11일 재단의 이름을 바꾼다. 기존 금호문화재단에서 현행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 변경한다. 이후 22일 등기를 마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새 출발하게 된다.
재단명을 바꾸면서 박 회장은 이사회의 '대표권 제한' 규정을 넣는다. '이사 박삼구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란 이 조항은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유화의 시작이었다. 이후 재단은 박 회장의 차지가 된다. 더불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서 박 회장의 든든한 백기사 역할을 하게 된다.
박 회장은 2017년 12월 현재까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08년, 2012년, 2016년 세 번 중임했다. 다음 번 이사 중임 시기는 202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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