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로봇, 獨 밀레와 '자율주행 가전' 상용화 [중소형 가전사 경영분석]①30년 로봇 기술력 기반, 청소·물류배송로봇 투트랙 전략
서은내 기자공개 2018-04-17 13:00:00
[편집자주]
생활가전 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틈새수요를 파고들며 가전 시장을 키우는 소형 가전사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한국판 '다이슨'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중소형가전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짚어보며 업계의 변화상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형가전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특히 인기있는 제품이 로봇청소기다. 로봇청소기는 최근 틈새 가전의 대표주자로 각광받으며 성장하고 있다.로봇청소기 시장은 대기업 가전사 제품인 LG전자의 '로보킹', 삼성전자의 '파워봇'이 가장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기술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의 약 15%를 점하는 유진로봇이 주인공이다.
유진로봇의 전신인 유진로보틱스는 1988년 로봇 전문업체로 시작했다. 최근 3년간 매년 매출액의 8%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하고 있을 만큼 로봇 기술과 제품 개발에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매출 대비 개발비 비중이 10~20%에 달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힘입어 청소용, 교육용 서비스 로봇을 출시한 건 2006년이다.
유진로봇은 초반에는 산업용로봇 위주였다. 이어 똑똑한 청소로봇이란 의미의 '아이클레보'를 필두로 유비쿼터스 로봇인 '아이로비''아이로비큐(교육용)', 자율주행 물류로봇 '고카트' 등 서비스용 로봇을 연이어 내놨다. 현재 로봇 제품은 전부 유진로봇의 생산시설을 통해 자체 생산한다.
◇독일 가전명가 밀레와 청소로봇부터 자율주행 가전 개발
유진로봇은 매출의 대부분이 청소용 로봇에서 나온다. 메인 로봇으로 청소용로봇을 비롯해 교육용 로봇(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물류로봇이 있으며 물류로봇은 오랜기간 개발에 공을 들여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다. 일부 EMS(생산설비) 사업도 한다.
유진로봇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650억 원이며 그 중 로봇사업 부문의 별도 매출액은 296억 원이다. 유진로봇은 해외 수출 물량이 크며 전체 매출의 65%는 수출, 나머지 35%는 내수에서 나오고 있다.
주력사업인 청소로봇사업에서 해외 수출 물량은 대부분 ODM제품이다. 유진로봇 ODM제품 공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독일 가전 명가 밀레다. 밀레와 6년여 전부터 ODM 공급 등 공동 로봇청소기 제품 개발로 인연을 맺은 후 최근에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비롯해 가전에 로봇기술을 활용하는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해 밀레로부터 520억 원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현재까지 유진로봇의 대표제품이 청소용로봇이었다면 앞으로는 물류용로봇과 함께 투트랙으로 사업을 키울 예정이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유진로봇이 개발한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는 자율주행 솔루션 기술 개발을 통해 병원, 공항, 호텔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건물 내에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로봇"이라며 "엘리베이터나 자동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층간 배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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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공들이며 적자 기조는 지속…물류·청소로봇 위주로 라인업 정비
이익면에서 유진로봇의 성과가 가시화되진 못했다. 유진로봇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8% 늘어난 650억 원을 기록했만 전년에 이어 적자다. 지난해 유진로봇은 물류로봇과 청소용로봇을 중심으로 핵심 로봇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그간 연구해왔던 다른 로봇군과 관련된 무형자산(개발비)을 손상처리한 상황이다. 그 결과 21억 원 손실을 인식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유진로봇은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또 지난해에는 물류용로봇 출시를 준비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다. 일부 로봇 신제품 출시가 지연돼 실적에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 인천 송도로 사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투자비 지출도 많았다.
유진로봇은 2012년 이후 매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4년~2015년을 제외하고는 근래 6년간 계속 적자를 지속했다. 매출 증가 마저도 로봇사업이 아닌 완구사업의 영향이 크다.
유진로봇은 로봇사업과 함께 완구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2015년 말에는 완구업체 가이아코퍼레이션에 50% 지분을 투자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쪽 사업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회사 외형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흑자기조로 안정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로봇 개발은 단기간 되는 게 아니라 제품 출시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지난해 자율주행 로봇 개발, 국내외 필드테스트를 마치고 최근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상황이므로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과가 기대된다. 밀레에 공급하는 청소로봇 신제품 성과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진로봇은 최근 이동로봇을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 기술 특허를 취득했으며 이를 통해 청소로봇과 물류배송로봇 업그레이드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취득한 특허기술은 미리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요청, 응답을 일시적으로 저장한 후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할 때에도 끊김없이 이용자가 로봇을 원격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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