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카드사]주식도 다 팔고…기댈 곳 없는 신한카드①기저효과로 영업익 3분의 1 토막…수수료 인하, 금리상승 '2중고'
원충희 기자공개 2018-05-31 09:26:00
[편집자주]
신용카드사들의 어두운 미래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던 일이다. 일회성이익에 가려져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올해는 그런 일회성요인이 거의 사라지면서 카드사들의 민낯 실적이 드러나고 있다. 금리상승기 도래, 하반기 수수료 원가 재산정 등 카드시장의 중대한 환경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카드사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몇 년간 비자·마스터카드 주식 매각이익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특히 작년 이익규모는 2위사인 삼성카드를 더블스코어로 앞섰다. 이익창출능력이 향상된 것은 아니다. 대손충당금 환입과 비자카드 주식 처분이익 등으로 포장된 실적이다. 그런 탓에 올 1분기 이익수준 급감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올해는 팔 주식도 없다. 제도변경에 따른 일회성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수익 원천인 가맹점 수수료율은 계속 인하추세이며 금리도 상승기조로 돌아서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 저금리란 기댈 언덕마저 사라진 상황. 카드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3월 말 기준 신한카드의 영업이익은 1958억원으로 전년 동기(5301억원)대비 63%나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014억원에서 1382억원으로 65.5% 감소했다. 2위사인 삼성카드(1514억원, 1115억원)와의 격차는 300억~400억원 정도다. 지난해 말 1조1631억원(신한카드) 대 5056억원(삼성카드)으로 2배 수준이었던 두 회사의 격차가 올해 들어 대폭 좁혀진 셈이다.
삼성카드가 신한카드의 뒤를 무섭게 따라붙은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신한카드의 민낯 실적이 드러났다는 게 더 정확한 분석이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실적에는 3600억원(세후 2600억원)의 충당금 환입과 1800억원의 비자카드 주식 매각이익 등 일회성요인들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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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의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2008년 이후부터 이익지표가 하락곡선을 그었다. 1조2000억원이 넘던 영업이익은 한때 8240억원까지 떨어졌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경기가 위축됐을 때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1조원대가 깨졌다.
정부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신용·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적격비용)를 3년마다 조정키로 한 게 이 때쯤이다. 2012년 2.27%였던 가맹점 수수료율 평균은 2016년 1.89%까지 떨어졌다. 수익의 원천인 수수료율이 하락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도 곤두박질쳤다.
신한카드의 이익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은 2014년부터다. 일회성이익의 도움이 컸다. 옛 LG카드, 신한카드 시절 무상으로 받았던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주식을 매각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8200억원대까지 감소했던 영업이익은 작년 말 1조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일회성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마스터카드 주식은 2015년, 비자카드 주식은 지난해 모두 처분했다. 올해부터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9)이 적용됨에 따라 주식 매각이익이 더 이상 손익이 반영되지 않는 탓에 앞서 정리한 것이다. 지난 1분기부터 신한카드의 민낯 실적이 드러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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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언덕이었던 저금리 혜택도 사라졌다. 수수료율 악화 속에서도 카드사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덕분이다.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영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로선 차입코스트는 원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그러나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카드사의 이자비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분기 말 신한카드의 이자비용은 972억원으로 전년 동기(892억원)대비 8.9% 증가했다. 작년 4월만 해도 신한카드는 우수한 신용등급(AA+)을 내세워 3년물 채권을 1.966%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다. 이달 초 발행한 3년물 채권의 이자율은 2.651%에 이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그동안 수수료율이 떨어져도 저금리와 주식 매각이익 덕분에 버틸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요인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특히 하반기에 카드 수수료 원가 재산정이 예정돼 있는데 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또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내부적으로도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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