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0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제약사(매출 기준) 유한양행은 다른 상위 제약사에 비해 해외 진출이 더디게 진행됐다. 창립 90주년을 맞은 2016년 우즈베키스탄에 대표 사무소를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유한양행의 해외 시장 공략은 원료의약품(API)이 시작이었다. 해외 수출 역사는 20년이 넘었는데 원료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부문 매출은 3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해외사업 부문 매출은 2659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90% 이상의 매출이 길리어드와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의 원료의약품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행보는 신약을 개발해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을 하는 다른 제약사나 바이오벤처의 행보와는 다르다. 국내 1위 제약사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만큼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오너십이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공격적인 행보보다 보수적인 성장에 치중한 셈이다.

유한양행은 미국에 세운 '유한USA'를 전초 기지로 삼아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성과가 나기까진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

◇미국향 원료의약품 수출, 유한양행 해외 매출 90% 이상 차지

유한양행은 1998년부터 원료의약품 수출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유한양행의 수출실적은 363억원 어치였다. 당시 제약업계 최대 규모였다. 수출은 전체 매출(2005억원)에서 18%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이후 국내 완제의약품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지난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1위 제약사로 올라섰다. 작년 매출만 1조4622억원에 달한다.

20년간 해외 수출 물량도 늘었지만 비중은 엇비슷하다. 외형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해외사업 부문의 비중(2017년 기준 전체 매출의 18% 차지)은 2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매출은 대부분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로의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 간판 제품인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 '소발디'와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트루바다', '스트리빌드' 등의 원료의약품을 유한화학으로부터 조달받아 길리어드에 공급하고 있다.

유한양행 측은 "현재 회사 전체 수출액의 90% 이상이 길리어드 등 미국 제약사로의 원료의약품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수출 프로젝트를 계속 발굴하고, 신규 원료의약품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에 대해서도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유한양행 사업보고서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대표 사무소 설립…중국 병원 건립에 200억원 투자

해외 직접 진출은 최근 들어 진행됐다. 유한양행은 2016년 우즈베키스탄에 대표 사무소를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정희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만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6년 '그레이트 유한, 글로벌 유한(GREAT YUHAN, GLOBAL YUHAN)'이라는 새 기업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최초로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혁신 신약(first-in-class) 발굴을 위한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유한양행이 해외 진출에 뒤늦은 것은 보수적인 경영 체제 탓이라 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유한재단을 대주주로 두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있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1970년 개인 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발족시킨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이 전신이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지분 15.46%를 보유하고 있다. 유 박사는 이듬해인 1971년 사후 유언장 공개를 통해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했다. 그는 앞서 196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혈연관계가 없는 조권순 대표에게 사장직을 물려줬고 이후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 하에서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의 취임 이후에야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2016년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베트남에도 대표 사무소를 설립해 현지 진출 및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섰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지 제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며 현지화 방안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또 2017년말 중국 신화진그룹유한공사와 '칭다오세브란스병원' 합자경영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에도 진출했다. 유한양행은 칭다오세브란스병원 건립에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의료원이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3000병상 규모로 2020년말 개원 예정이다.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 전진 기지 '유한USA'

유한양행이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에 대표 사무소를 설립했지만 현지법인 설립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현지법인 유한USA를 설립했고, 올 하반기에 보스턴에도 추가로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서부 지역)와 보스턴(동부 지역)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유한USA는 직접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대신 현지에서 유망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나 신약 연구개발 동향을 파악해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유한양행은 유한USA를 신약 R&D의 전진 기지로 삼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비롯해 바이오벤처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에 나서기로 했다.

유한USA 법인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순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유한USA는 우선적인 역할이 벤처캐피털이지만, 국내에서 이뤄지는 주 연구활동과 함께 유한양행 R&D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유망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는 바이오벤처를 찾아내 약이든, 회사든 투자를 하거나 기술을 사들이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유한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