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에게만 허락된 기회…'분리형 BW' 막차 타다 [박진영 BW 잭팟]②'워런트 확보' 자산+지배력 확대…'편법 악용' 현재 발행금지
박창현 기자공개 2018-11-08 08:20:3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6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옛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박진영 이사가 주요 주주에 등극하고 2년 뒤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 때 활용한 카드가 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였다.JYP엔터는 2012년 11월 6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당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20억원)과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10억원), 아주아이비나우 그로쓰캐피탈 사모투자전문회사(30억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투자자(FI)들로부터 6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도 받았다.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지배주주인 박 이사의 지배력 희석이 불가피해졌다.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묘수가 바로 '신주인수권 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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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 BW는 사채와 신주인수권의 분리가 가능하다. 신주인수권은 말 그대로 일정한 가격 조건에 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박 이사는 1억2000만 원을 주고 FI들로부터 총 30억원의 신주인수권을 사온다.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면서 박 이사는 주당 5393원 씩, 총 55만6200여주를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2.4%에 달하는 규모였다. 권리행사기간은 발행 후 1년 뒤부터 2018년 11월까지 5년 동안으로 정했다. 여기에 주가 하락시 행사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넣었다.
당시 분리형 BW는 기업 오너 등 지배주주 측에 최적의 투자상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배 안전판 마련과 자산 증식 투자 기획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권리 행사 가격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 투자자는 무조건 이익을 보는 구조다. 여기에 신주인수권을 최대주주 등 특정 투자자가 독식하는 만큼 지분율을 보다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실제 박 이사 또한 분리형 BW 투자 이점을 모두 누렸다. 신주인수권 절반을 홀로 취득했고 워런트 확보로 지분 희석을 최소화시켰다. 특히 확실한 자산증식 효과를 거뒀다. 먼저 발행 당시 5393원이었던 신주 취득 권리행사 가격은 주가 하락 여파로 4211원까지 내려갔다. 그 결과 권리 행사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수도 69만여주로 늘어났다.
2015년 바닥을 찍은 JYP엔터 주가는 이후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기에 힘입어 2만7000원 선까지 올랐다. 박 이사는 최근 권리행사 만료일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했다. 투자 결과는 대박에 가깝다. 시장 가격과 권리행사 가격 간 차액이 반영된 평가이익만 약 180억원에 달한다.
다만 수년 전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됨에 따라 더 이상 이 같은 투자 성공 사례를 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2013년에 대주주가 분리 BW를 발행한 후 신주인수권을 저가에 매수해 지분율을 늘리거나 자산을 증식하는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발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통상 최대주주 지분 확보가 목적일 경우 채권 투자자의 투자금은 빠르게 상환해 버린다. 채권 투자자들 역시 채권 이자율이 아닌 잔여 워런트 행사를 통한 시세 차익 실현이 목적이여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이 같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JYP엔터는 BW 발행 후 2년 뒤부터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교롭게 정확히 2년 후 15억원 어치의 채권이 상환됐고 이듬해 6월 나머지 45억원도 전액 상환 수순을 거쳤다. 물론 FI들은 박 이사에 판 물량을 제외한 잔여 신주인수권으로 시세 차익을 거뒀다.
적지 않은 논란이 있지만 박 이사가 분리형 BW를 투자할 당시에는 모든 거래 절차가 합법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이사가 사모 분리형 BW 발행 막차를 타면서 투자 잭팟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물론 그 막차 또한 아무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나 지배주주가 아니라면 신주인수권을 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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