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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랜우드PE의 '대운'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5-01-03 07:31:58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는 딜마다 운이 척척 달라붙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그 주인공이다.

PI첨단소재는 글랜우드PE가 식겁했던 포트폴리오다. 2022년 들어 PI첨단소재 매각 절차를 밟았고, 베어링PEA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양 사는 인연이 깊었다. 동양시멘트와 한라시멘트, 현대시멘트 인수를 함께 추진했던 오랜 파트너였다. 하지만 주가 하락과 금리 급등 여파로 '시멘트 동맹'에도 균열이 갔다. 결국 베어링PEA는 PI첨단소재 인수를 철회했다.

연이어 잭팟을 터뜨리며 연전연승 중이던 글랜우드PE에도 시련의 계절이 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6개월 만에 PI첨단소재를 프랑스 기업 '아케마'에 매각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참 운이 좋은 하우스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CJ올리브영도 글랜우드PE의 운을 증명해 주는 사례다. 글랜우드PE는 CJ올리브영 지분 22.6%를 2021년에 인수했다. 주목할 점은 이 지분에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시장에선 불확실한 회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자금 회수 장치를 마련하지 못해 장기 악성 매물로 전락한 다수 대기업 딜들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늘이 도왔다. CJ그룹이 갑자기 글랜우드PE 보유분을 사가겠다고 제안했다. 3년 전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운 좋은 글랜우드PE는 이번에도 웃으며 거래를 마무리했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마지막 주. 글랜우드PE는 SGC그린파워 인수를 철회했다. 정부의 바이오매스 정책 지원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SGC그린파워는 목재펠릿을 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하지만 정부는 목재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이 친환경 정책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 지원 축소를 결정했다.

기존 지원안을 토대로 SGC그린파워 기업가치를 산정했던 글랜우드PE로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다만 거래 종결 전 이슈가 터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떻게 글랜우드PE는 이렇게 운 좋은 하우스가 된 것일까. PI첨단소재 딜을 살펴보자. PI첨단소재 새주인은 프랑스 기업 '아케마'다. 글랜우드PE 투자처였던 한라시멘트와 한국유리공업 모두 거래 상대방이 프랑스 기업이었다. 풍부한 프랑스 기업 네트워크와 거래 노하우가 예견되는 배경이다. 단기간에 PI첨단소재 매각의 불씨를 살려낸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CJ올리브영도 마찬가지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후계 승계의 핵심 계열사다. 단순 지분 투자임에도 수많은 글로벌PE들이 글랜우드PE 보유 지분을 탐냈던 이유다. CJ그룹은 CJ올리브영 주식을 아무한테나 넘길 수 있을까. 오히려 CJ그룹이야말로 지분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글랜우드PE가 이기는 게임을 한 건 아닐까.

SGC그린파워 거래 역시 정부 정책 변동을 염두에 둔 예정된 실패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더 일찍 거래를 종결했다면 높은 가격에 회사를 산 꼴이라 자금 회수 계획이 완전히 꼬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과 운을 가장하고 있지만 글랜우드PE는 항상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기회와 운을 가르는 차이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2025년도 그 운은 계속될까. 대운의 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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