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떼준 희성그룹,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었나 [구본식 LT그룹 출범]주요 계열사 15개→9개까지 감소…분리 완료시 자산·손익 축소 불가피
김장환 기자공개 2019-03-25 08:17:40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본식 회장이 형 구본능 회장과 이별을 선언하고 LT그룹을 설립해 독자경영 노선을 짰다. 희성그룹의 지배구조는 과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됐는지도 관심을 끈다. 결론적으로 구 회장이 수 개에 달하는 핵심 사업체를 가져가면서 희성그룹 계열사 수도 그만큼 줄었다. 아울러 LT그룹이 1조원 넘는 자산을 흡수한 탓에 희성그룹 자산 규모 역시 크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희성그룹 입장에서 보면 구 회장 독립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보기가 어려운 일이 됐다.구 회장이 LT그룹을 통해 가져간 핵심 계열은 LT삼보(옛 삼보이엔씨)다. LT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로 올라서게 된 LT삼보는 희성그룹이 2006년 인수한 종합건설사다. 구 회장과 아들 구웅모 씨 등 일가는 2017년 하반기 들어 희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LT삼보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구 씨가 45.26%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구본식 회장이 지분 45.26%, 딸 구연승·연진 씨가 각각 3.2%, 0.3%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구 회장 일가는 LT삼보를 가져가는 동시에 구본능 회장과 희성전자 등이 갖고 있던 희성정밀과 희성금속 등 지분도 흡수했다. 올 들어 사명 앞에 희성을 떼고 LT를 붙인 이들 회사는 LT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게 됐다. LT삼보 산하로 LT정밀, LT금속, LT소재 등 계열사가 집결하게 됐고, 이를 통해 LT그룹은 십수개 국내외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출범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T그룹 계열사를 모두 거느린 LT삼보의 연결기준 자산 규모는 1조원에 가깝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LT삼보 자산총계는 9459억원 가량이다. 희성그룹이 1조원 가까운 자산을 LT그룹에 떼어주게 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LT삼보 등 알짜 계열을 넘겨준 탓에 희성그룹의 수익성도 그만큼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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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희성그룹 계열사 전반의 자산 규모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희성전자 감사보고서를 살펴봐야 한다. 희성전자는 희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로 그룹 계열사 전반을 거느린 곳이다. 비상장사 외감법인인 탓에 연간 감사보고서만 공개하고 있어 2018년 말 기준 재무지표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2017년 기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LT그룹 설립에 따른 지배구조와 자산 규모 변동 등 흐름은 일부 가늠해볼 수 있다.
2017년 말 기준 희성전자의 자산총계는 1조8808억원 가량이다. 전년 말 2조1604억원대였던 자산 규모가 1년새 크게 줄었다. 구 회장이 LT삼보와 LT소재 등 지분을 2017년 하반기 가져가면서 비롯된 일이다. 동시에 종속회사도 대거 감소했다. LT삼보 분리에 따라 15개였던 국내외 계열사가 9개까지 축소됐다. 굵직한 계열사로만 보면 희성그룹 품에는 희성전자, 희성폴리머, 희성화학, 희성촉매, 희성피엠텍 등만 남게 됐다. 구 회장이 주요 4개사, 형 구본능 회장이 주요 5개사를 갖게 된 셈이다.
다만 희성촉매와 희성피엠텍은 희성전자의 종속회사로 포함돼 있지 않다. 희성촉매는 1983년 글로벌 화학사 바스프(BASF Catalysts Asia BV)와 희성금속(현 LT메탈), 희성전자가 합작사로 설립한 차량용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 생산 회사다. 2017년 말 기준 바스프가 지분 50%를 갖고 있고 희성전자가 37.99%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구 회장은 LT그룹 분리 과정에서 LT메탈이 보유 중이던 희성촉매 지분 14.03%를 희성전자에 모두 넘겼다. 희성피엠텍은 희성촉매 자회사로 희성촉매가 80.1%, 현대자동차가 19.9%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 독립으로 희성그룹은 상당한 손익도 LT그룹에 넘겨주게 됐다. 2017년 연결기준 희성전자는 매출 2조, LT삼보는 매출 76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손익 흐름을 보면 LT삼보 경우 2018년 매출 1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전망된다. LT삼보 연결기준 실적은 LT그룹 계열사 실적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희성그룹은 지난해 직접 가져갈 수 있었던 1조원 규모 매출 외형을 LT그룹에 넘겨주게 된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봐도 LT그룹에 넘겨주게 된 파이가 상당 수준이다. LT삼보 및 종속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356억원, 순이익 1002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구 회장이 희성그룹과 완전히 이별하기 위해서는 희성전자 보유 지분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 구 회장은 희정전자 지분 16.7%를 보유 중이다. 희성전자 최대주주는 지분 42.1%를 보유한 구본능 회장이며 GS그룹 일가인 허정수·광수 회장도 각각 지분 10%, 5%를 갖고 있다. 희성그룹 측에 따르면 구본식 회장은 LT그룹 출범 후에도 아직까지 희성전자 지분을 정리하지는 않았다. 계열분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지분상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법적으로 보면 LT그룹은 아직까지 희성그룹 소속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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