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카드 만지는 당국, '시장위축' ELW 전철밟나 [손실위기 선진국금리 DLS]발행사·판매사, 규제수위 '촉각'…'투자자격 제한' 여부 관건
최필우 기자공개 2019-10-17 08:19:1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1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독 당국이 은행권 파생상품 판매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규제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여파로 규제 강도가 높아질 경우 투자자 자격이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고강도 규제 후 시장 참여자가 급감한 주가워런트증권(ELW) 시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판매금지보다 자격 제한에 무게, 시장위축 불가피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시중은행 자산관리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증권사 역시 파생상품을 발행해 모집한 자금으로 헤지 운용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모집 자금을 국공채, 회사채 등에 다시 투자하고 있어 발행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이에 ELS 판매의 절반을 책임지는 시중은행 채널을 차단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감독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투자 자격 제한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이미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2017년 4월 70세 이상 투자자의 경우 2영업일 이상의 숙려 기간을 부여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2018년 들어서는 70세 이상 투자자나 안정성향 투자자가 파생상품 투자시 판매 전 과정을 녹취하게 했다. 판매 과정에서 추가할 수 있는 규제가 많지 않은 만큼 자격 제한이 논의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고강도 규제가 적용된 ELW 시장이 은행권 파생상품 규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2010년 10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ELW 시장 건전화 조치를 단행했다. 무제한이던 호가 범위가 8~15% 수준으로 제한되고, 예탁금이 1500만원 이하면 투자가 불가능하게 했다. 이같은 고강도 조치가 잇따르자 개인투자자는 접근이 어려운 시장이 됐고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정도 만이 실질적인 시장 참여자로 남아 있다.
특히 사전교육 제도가 도입된 게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 결정적이었다. 단순한 선물옵션 거래도 사전교육 30시간을 수강하고 모의거래 과정을 50시간 이수해야 가능해지면서 시장을 떠난 투자자가 많았다. 최근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안이 정해지기도 했으나 최근 DLF 손실 사태로 규제가 재차 강해질 수 있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이같이 특정 교육을 이수해야 은행에서 파생상품 가입이 가능한 구조가 되면 판매 급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투자자 중심 시장재편 필요" vs "소액투자자 소외될 것"
이같이 규제 수위가 논의되면서 은행 일반 고객들의 파생상품 접근을 차단하고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는 견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초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요건 개선방안'이 다음달 시행되면서 향후 개인 전문투자자가 37~39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사 입장에선 전문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증권신고사 제출과 투자권유 준칙 의무가 없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전문투자자 기준이 낮아지고 은행 일반 고객의 투자 자격이 제한되는 과정에서 소액투자자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선진국금리 DLF의 경우 대거 손실이 발생했으나 발행 잔액 70조원으로 규모가 훨씬 큰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개인투자자 자산 증식에 기여한 바도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손실 위기와 불완전판매 논란을 거치면서 상품 구조가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전문투자자가 아닌 은행 고객도 접근 가능한 통로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T가 대중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자주 이용하는 은행에서도 접근 가능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라며 "수십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투자 자격이 제한된다면 투자 자체를 고려하지 않을 고객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지만 소액투자자 입장에서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키움증권 리테일 훼손 우려…이틀새 시총 2400억 증발
- 더본코리아, '노랑통닭' 인수 포기 배경은
- [i-point]탑런에이피솔루션, LG디스플레이 장비 공급 업체 등록
- [트럼프 제재 나비효과 '레드테크']한국 울리는 적색경보, 차이나리스크 확산
- [i-point]티사이언티픽, 파트너스 데이 성료…"사업 확장 속도"
- [i-point]빛과전자, 국제 전시회 참여 "미국 시장 확대"
- [탈한한령 훈풍 부는 콘텐츠기업들]잠잠한 듯했는데…JYP엔터의 중국 굴기 '반격 노린다'
- [LGU+를 움직이는 사람들]권준혁 NW부문장, 효율화 vs 통신품질 '균형' 숙제
- [저축은행경영분석]PF 늘린 한투저축, 순익 2위 등극…사후관리 '자신감'
- [저축은행경영분석]'PF 후폭풍' OK저축, 대손상각 규모만 3637억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우리은행, 동남아 3대 법인 '엇갈린 희비' 출자 전략 영향은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우리은행, 해외 법인장 인사 '성과주의 도입' 효과는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신한카자흐, 2년 연속 '퀀텀점프' 성장 지속가능성 입증
- [thebell note]김기홍 JB금융 회장 '연봉킹 등극' 함의
- [하나금융 함영주 체제 2기]명확해진 M&A 원칙, 힘실릴 계열사는 어디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신한베트남은행, 한국계 해외법인 '압도적 1위' 지켰다
- [하나금융 함영주 체제 2기]밸류업 재시동 트리거 '비은행 경쟁력'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NH농협, '보험 전문가' 후보군 꾸렸지만 선임은 아직
- [하나금융 함영주 체제 2기]'40년 커리어' 마지막 과업, 금융시장 '부채→자본 중심' 재편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JB금융, 사외이사 후보군 '자문기관 위주' 전면 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