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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 '다각화'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인쇄용지로는 한계 직면, 백판지·골판지 업체 연이어 인수

박기수 기자공개 2020-05-11 08: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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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생활이라는 뜻인 '페이퍼리스(Paperless) 라이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로봇 자동화(RPA) 등 각종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언론사는 신문 매수를 줄인다. 이번 코로나19 파장으로 주목 받은 재택근무가 점점 일반화하면 종이를 찾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이로 먹고 사는 제지업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의 경영 현주소와 돌파구를 더벨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제지는 60여 년간 백상지 제조업에 주력해온 회사다. 흔히 '모조지'로 불리는 백상지는 도서와 노트, 다이어리 등 다양한 필기용지에 쓰이는 종이다. 같은 백상지와 같은 인쇄용지군에 속하는 한국제지의 대표적인 정보용지로는 '밀크(miilk)'가 있다. 작년 기준 한국제지는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 약 17.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 나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제지 역시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로의 진입에 동종업계의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전체 사업에서 비중이 높은 인쇄용지 사업이 사실상 사양 산업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률의 추이만 봐도 한국제지의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제지는 연간 약 7000억원의 매출을 내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넘겨본 적이 드물다. 최근 가장 수익률을 높게 냈던 해인 2016년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3.8%에 그친다. 작년의 경우 연결기준 매출 716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5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한국제지는 '사업 다각화'를 전부터 추진 중이다. 1993년 식품용 포장용기(카톤팩) 제조업체인 한국팩키지를 설립한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한국제지는 2010년들어 바쁜 행보를 보인다.

2013년에 중국 장가항에 위치한 국일제지 법인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국일제지 장가항 법인은 강판간지와 이형원지 등 특수지를 제조하는 업체다. 강판간지는 강판 사이에 끼워 충격 완화재의 역할을 하는 제지다. 이형원지는 박리지라고도 불리며 라벨지 구성 중 접착면을 보호하기 위한 종이다.

작년 말에는 골판지 제조업체 '빅4'중 한 곳인 원창포장공업을 야심차게 인수했다. 골판지 사업은 최근 제지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업이다. 골판지의 원지인 '폐지'를 중국이 수입 제한 하면서 공급이 불어났고, 이에 원가 부담이 크게 내려가며 큰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에는 백판지 업계 3위 업체인 '세하' 마저 인수했다. 백판지는 종이 표면에 백색 지료를 입힌 판지로 내부 포장용으로 사용되는 종이다. 제약과 제과, 화장품 등의 포장에 쓰인다. 원창포장과 세하를 인수하는 데 쓰인 자금만 약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배구조상으로는 한국제지 산하에 한국팩키지와 국일제지 장가항법인, 원창포장공업 등이 자회사로 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지업계 M&A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였던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국제지"라면서 "주력인 인쇄용지로는 미래 먹거리 보장이 안 된다는 사실을 내부에서 인지해 백판지나 골판지 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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